여권 잠룡 ‘빅3’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문재인정부 4주년인 10일 대선용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의 첫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나머지 빅3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전 총리도 외곽조직 가동, 연구모임 개최 등을 앞두고 있어 물밑에서 세 결집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연대와 공생’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에 나섰다. 학계, 전문가, 전직 고위 공직자 그룹으로 구성된 연대와 공생은 이 전 대표의 대선 슬로건인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주제로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박광온·윤영찬·정태호·오영훈 등 이낙연계 의원이 총출동했고, 송영길 대표와 강병원·전혜숙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동료 의원까지 40여명이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사실상 대선 출정식 같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정한 결과가 나올 때마다 국민께 보고드리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문재인정부는 탄핵 이후 인수위원회도 없이 급하게 들어서다 보니 시대변화에 조응하는 정부 조직 개편을 훗날 과제로 미뤘다”며 “정부 조직의 과감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주택지역개발부(주택부) △기후에너지부 △지식재산처 △미래전략데이터처 신설 계획을 밝혔다. 주택부는 현 국토교통부의 교통·물류 분야를 포함해 전반적인 주택 문제를 전담하고, 기후에너지부에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에너지·기후변화 업무를 가져와 종합 대응할 예정이다. 또 특허청 재편과 함께 타 부처 지식재산 업무를 합친 총리 직속의 지식재산처, 행정안전부 등의 통계·데이터 업무를 통합해 미래전략데이터처 등을 신설하는 구상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브랜드’인 ‘신복지’에 대해선 “이제는 복지도 3만달러 수준으로 높이면서 빈틈을 촘촘히 채워야 한다”며 “소득, 주거, 노동, 교육, 의료, 돌봄, 문화, 환경 등 8개 영역에서 국민 삶을 보호하자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연대와 공생 창립 후 첫 심포지엄이 열린 이날은 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한 날이다. 이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일부러 그렇게 맞춘 건 아니다”라면서도 “제가 문재인정부 초기 2년7개월13일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현 정부의) 영광과 책임이 동시에 있다”며 문재인정부 후계자를 자처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추이가 이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양강 구도’로 굳어졌다는 분석에 대해 “변화의 여지가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대권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40%대 지지율을 기록했던 이 전 대표는 올해 초 전직 대통령 사면론 제기,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한 자릿수 지지율에 갇혀 있다.
이 지사와 정 전 총리도 대권행보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당장 정 전 총리가 11일 여의도에서 열리는 ‘광화문 포럼’에 참석해 ‘사회적 상속’을 기반으로 한 정책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이 지사는 오는 23일 전국 조직인 ‘민주평화광장’ 창립대회에 참석하고, 20일엔 이재명계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성장과 공정’(성공) 포럼을 발족한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