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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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경찰 접종 시작 사흘 전 ‘속도 제고 협조요청’…“백신접종 압박”

서울 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인이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경찰이 코로나19 관련 1차 백신접종을 마친 가운데 정부가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 백신접종을 압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이 경찰청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관리청 산하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달 23일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에게 ‘코로나19 예방접종 속도 제고를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는 경찰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시작 사흘 전이다.

 

이 공문에는 “총 1차 접종자가 203만6000명으로 목표 300만명 대비 67.9%”라며 “일부 접종대상의 접종과 사전 예약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돼 접종대상국 소관부처 책임 아래 접종 안내 및 접종 참여 독려”라고 적혀 있다. 

 

이 공문을 접수한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이날 각 국관, 시도경찰청과 부속기관에 ‘코로나19 예방접종 속도 제고를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후 경찰청은 ‘코로나 백신 접종 관련 접종률 제고 방안’에 따라 일선 경찰서에 지침을 내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 등 접종률은 경찰 활동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직결되는 점을 감안,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국수본, 경찰관기동대, 지역경찰 등은 접종율 제고 방안 마련, 4월26일 월요일 화상회의 시 대책 보고하라”고 했다. 또 치안상황관리관실 중심으로 시도청과 서별 접종 예약‧접종률 현황을 파악하고 전 관서별 예약‧접종률을 전파‧공유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경찰의 AZ 백신접종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진행됐다. 30세 이상 접종 대상자(11만7579명) 중 접종률은 71.7%(8만4324명)였다. 

 

그간 경찰 내부에서는 “백신접종이 사실상 강제적으로 이뤄졌다”는 반발 의견도 나왔다. 최근 한 경찰관이 이와 관련해 김창룡 경찰청장과 이문수 경남경찰청장에 대한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내기도 했다.

 

실제 일부 경찰이 1차 접종 이후 이상증세를 보였다. 경찰청은 이상증세가 나타난 직원에 대한 국가보상 신청을 지원할 예정이다. 최종문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은 전날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중증 이상 반응을 보인 대상자와 그 가족의 안정·회복을 돕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국가보상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진료비와 관련한 불편이 없도록 맞춤형 단체보험을 통한 비용 지원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일선 경찰관들이 반강제적으로 백신 접종을 받은 건 아닌지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