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을 살해하고 1명한테 중상을 입힌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22)이 11일(현지시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롱에게 증오범죄 등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롱은 지난 3월 16일 애틀랜타 시내 스파 2곳과 애틀랜타 근교 체로키 카운티의 마사지숍 1곳에서 총격을 가해 8명을 살해하고 1명한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애틀랜타 스파 2곳에서 숨진 4명은 모두 한인 여성이어서 범행 직후부터 ‘아시아계 주민을 노린 증오범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인 사망자 4명은 박순정(74), 현정 그랜트(51·김현정), 김선자(69), 유용(63)씨인데, 3명은 미국 국적자이고 1명은 미 영주권을 가진 한국 국적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애틀란타를 방문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롱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외에도 흉기 공격, 총기 소지, 국내 테러리즘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롱이 피해자들의 인종, 국적, 성별을 실제로 알고 있거나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사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증오범죄로 인정을 받으려면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소유물이 인종, 종교, 국적, 성별 등에 근거해 범행 대상이 됐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조지아를 비롯해 미국 대부분의 주는 증오범죄에 관한 형법 규정이 있으나 적용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직후 수사당국은 “롱이 성중독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고, 증오범죄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역풍을 맞았다.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수사당국은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조지아주 법에 따라 증오범죄 혐의가 입증되면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국기연 기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