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을 정리한 화첩을 내면서 유독 남북 정상회담만 빼놓았다.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김 위원장이 2018년 3월∼2019년 6월 각국 정상과 만나거나 공식 회담을 진행하는 사진을 모은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를 12일 공개했다.
발행일자를 '2021년 5월'로 표기한 이번 화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우방국 정상들과의 회담은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습도 담았다.
시 주석·푸틴 대통령과 함께 촬영한 사진에는 '조중(조로)친선관계', '형제적 우정', '동지적 신뢰', '뿌리 깊은 친선' 등 수식어를 붙여 전통적 우방임을 강조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조미(북미)관계의 새 역사를 개척한 세기적 만남'으로 설명하면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부터 실제 회담 장면, 공동성명 서명 모습, 회담장 전경, 기념 주화·우표, 회담 소식을 전한 현지 신문의 사진까지 실었다.
결렬로 끝난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제2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이라고 지칭하고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면 난관과 곡절을 딛고 북·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에 대해서는 “미국 현직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토를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 기록됐다”며 두 정상의 판문점 만남이 “뿌리 깊은 적대 국가로 반목·질시해온 두 나라 사이에 전례 없는 신뢰를 창조한 놀라운 사변”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화보집에는 당시 사진이 10장 실렸지만, 함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화보는 2018년 4월, 5월, 9월에 연이어 개최한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 모습도 전혀 싣지 않았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외교활동 화보에서 남북 정상 간의 만남만 빼놓은 것은 대남관계를 '대외관계'로 보지 않기 때문일 수 있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재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