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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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과의 ‘호남대전’ 준비하는 정세균, 바람이 불까?

국회의장·국무총리·6선 의원 탄탄대로
‘미스터 스마일’ 여야 의원 두루 원만
전북의 맹주…호남부터 기세탈지 관건

국회의장, 국무총리, 당대표, 원내대표, 장관, 6선 의원. 정세균 전 총리가 거쳐 온 정치 이력이다. 그를 소개할 때 ‘대통령’ 빼고 다 해 본 사람이라고 붙는 이유다. 백전노장 정 전 총리가 20여년 정치여정의 숙원인 대권을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1일 지지모임격인 ‘광화문 포럼’에서의 강연을 시작으로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섰다.

 

◆여권 내 드문 기업인 출신 대권주자

 

정 전 총리의 장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대학 졸업 후 쌍용에 입사한 그는 상무이사까지 지내고 정계에 뛰어들었다. 여권에서 보기 드문 기업인 출신이란 점은 정 전 총리에겐 플러스 요인이다. 이러한 그는 이유로 노무현정부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장 차별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에서 실물 경제를 겪은 사실을 바탕으로 정 전 총리 측에서는 ‘경제전문가’라는 이미지를 심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치 경력도 화려하다.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정 전 총리는 1996년 고향인 진안·무주·장수에서 당선된 뒤 내리 4선을 지냈다. 이후 2012년 지역을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로 옮겨 재선에 성공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보수 진영 거물 홍사덕·오세훈을 연거푸 누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정 전 총리는 당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당 대표 등을 두루 거쳤다. 친화력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이 때부터 ‘정세균(SK)계’가 형성됐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당이 ‘친문’ 일원화 될 때에도 이른바 SK계는 당의 한 축을 차지했다. SK계의 안규백, 김영주, 이원욱, 김교흥 의원 등은 현재 전면에서 정 전 총리를 돕고 있다.

 

사진=하상윤 기자

기존 SK계 외에도 정 전 총리와 함께하는 의원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정 전 총리가 추구하는 상생과 통합 정신에 응답하는 의원들이 정 전 총리 측에 합류하고 있어서다. 한 초선 의원은 “이 지사가 탁월한 정무 감각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어 앞서가지만 진영논리로 가르는 건 2등전략이지 않느냐”라며 “큰 틀에서 보면 정 전 총리가 추구하는 상생과 통합이 국가를 경영하는 전략엔 더 부합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미스터 스마일’이라고 불리는 정 전 총리의 온화한 인상 또한 장점이다. 국회 기자들이 뽑는 ‘백봉 신사상’을 여러 차례 수상할 만큼 인품도 빼어나다. 야권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정 전 총리는 야당 정치인과 얼굴 붉히지 않고 지내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2일 세종시 어진동 지방자치회관에서 양승조 충남지사의 20대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관건은 이낙연과의 호남 맹주 대결

 

하지만 대인관계가 두루 원만한 점은 대권주자에겐 득보단 실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은 결국 진영 대결인데 여권 핵심 지지층이 볼 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 전 총리는 뚜렷한 색깔이 없다. 국민들 인식하기에 확실히 대권주자 다운 면모를 보여줘야하는데 경력은 풍부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고 평가했다.

 

정 전 총리로서는 낮은 지지율이 최대 고민이다. 정 전 총리는 낮은 지지율 질문이 나오면 “지지도는 결정적일 때 있어야지 미리 지나가버리면 소용없다”며 “1년 전에 높은 지지율을 보이다가도 순식간에 사라진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응수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왼쪽)와 이낙연 전 총리(오른쪽)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차기 대권주자들이 하나, 둘 출마선언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판이 열리는데 5%를 넘은 조사가 한 번도 없는 건 정 전 총리에게 치명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5%를 못 넘는 지지율에도 언론에서 이 정도로 크게 다뤄주는 것을 보면 정 전 총리가 대언론관계가 참 좋다는 방증”이라며 “여기서부터는 본인 개인기로 뚫고 가야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낮은 지지율을 돌파하려면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부터 화끈하게 밀어줘야하는데 이 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정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 특히 전북의 맹주자리를 놓고 정동영 전 의원과 정 전 총리는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이후 관계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고, 정동영계와 정세균계로 갈라진 전북 민심이 아직도 한 데 모이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파워게임은 2009년 극에 달했다. 당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정동영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자 반발한 정 전 의원이 탈당해 전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정 전 총리는 고향인 호남, 적어도 전북에서라도 확실히 밀어줘서 지지율이 5%를 넘겨야 다른 국민들도 눈여겨볼텐데 이게 잘 안 된다”며 “정동영 전 의원과의 틀어진 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그래도 광주 전남에서 아직 지지해주는 게 있어서 버티지 않느냐. 그게 두 사람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정 전 총리는 텃밭 호남에서부터 바람몰이를 하려고 시도 중이다. 전날 전북 지역을 다녀온 정 전 총리는 13일 자신을 지지하는 광주·전남 의원들과 회동해 민심을 청취했다. 광주가 지역구인 양향자·이용빈·조오섭 의원과 전남이 지역구인 서삼석·신정훈·김회재 의원이 참석했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호남 지역 의원들이 정 전 총리를 돕고 있다”며 “이낙연 전 대표와의 ‘호남대전’에서 승기를 잡으면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 포럼' 회원들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 반등하려면 어떻게?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는 할 말은 하면서 확실한 자기 색깔을 보여줘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분명한 실행력을 보여줘야하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며 “예를 들어 인사청문회 관련해서도 국민 눈높이에 안맞는 후보자가 있으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는 자세가 필요했는데 그런 말을 못하면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70대인 정 전 총리가 좀 더 무게를 내려놓고 젊은 세대와 소통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 전 총리 SNS를 보면 굉장히 무겁다. 누가봐도 본인이 직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라며 “이재명 지사나 이 전 대표는 직접 댓글도 달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정 전 총리는 격식을 너무 중시하는 것 같다. 그런 점부터 개선해 나가면 반응이 오지 않겠나”라고 제언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