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초선과 원외 인사들이 예년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유력 중진 후보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과거 보수계열 원조 소장파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주목받았지만 최근 야당에선 그런 흐름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치른 4·7 재보궐선거 승리를 계기로 2030세대 지지세를 그대로 끌고 오자는 당내 목소리가 분출되면서 초선들 스스로 역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단일화를 통한 세력화에 나설 경우 ‘초선 당대표론’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김웅 의원이 초선으로 처음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당 안팎에선 미풍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차기 당권주자로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등 유력 후보들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그의 도전이 ‘몸값 불리기’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선 그룹이 재보선 승리에도 ‘영남 꼰대당’ 이미지를 탈피하자며 꾸준히 쇄신을 요구하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0대 남성 팬덤을 이끌면서 초선·소장파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8∼11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13.1%의 지지를 얻어 15.9%의 나 전 의원에 이은 2위에 올랐다. 주 전 원내대표가 7.5%, 김 의원이 6.1%로 뒤를 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4050세대가 진보정당을 많이 지지하는 것처럼, 재보선 결과가 2030세대의 흐름을 결정하는 시기일 수 있다는 당내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며 “초선들 사이에선 이 상황에 어떻게 목소리를 내고 입지를 확보할 것인가 하는 고민 속에서 먼저 출마한 김 의원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엔 지난해 총선 참패 후 김 전 위원장 체제가 이끈 당의 체질개선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13일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은) 초선이나 원외 인사가 당권에 도전장을 던지는 건 생각도 못 할 당이었는데 대단한 변화”라며 “김 전 위원장이 당을 참 잘 정비해놓고 가셨다”고 말했다. 집권 당시 차기 대권주자 덕목으로 ‘70년대생·경제통’을 언급했던 김 전 위원장은 퇴임 후 언론 인터뷰에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을 (당 대표로) 내세우는 것도 방법”이라며 꾸준히 세대교체론을 주장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 문제 등을 놓고 당내 엇갈린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힘의 기존 영남·중진 세력을 견제하는 등 초선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당 분위기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초선과 원외 인사들이 과거처럼 최고위원직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서 오히려 당권 도전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 별다른 정책 결정 권한이 없는 최고위원보단 확실한 당 대표 한 명이 당 혁신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공식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기성 정치로는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수 없다. 새로운 인물만이 새 시대의 희망을 담을 수 있다”며 “초선에 불과한 제가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것은 기존의 여의도 정치 공식에 젖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초선 김은혜·윤희숙 의원 등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출마를 고심 중이다. 앞서 이 전 최고위원이 김웅 의원과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이들이 세력화에 나설 경우 ‘초선 돌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곽은산·이현미 기자 silv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