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차명계좌 이용해 2년간 98억 숨긴 의사… 法 "집행유예·벌금 7.5억"

11억원 탈세… 法 "범행 사실관계 대체로 인정"

차명계좌로 진료비를 받아 2년 동안 100억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숨기고 소득세 11억원을 포탈한 치과의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정총령)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7)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7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1심 형량과 같다.

 

서울 서초구에서 양악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치과의 원장인 A씨는 지인 명의의 계좌로 진료비를 받아 소득을 숨기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0년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며 차명계좌에 입금된 47억8500여만원의 수입은 숨긴 채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금액 7억2400여만원만 신고해 종합소득세 4억여원을 포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듬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수입 50억2600여만원을 축소하고 14억7000여만원만을 신고해 7억2000여만원을 포탈했다. A씨는 치과를 운영하며 인건비·재료비 지출에 대한 증빙자료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A씨 측은 차명계좌를 통해 일부 진료비를 입금받은 점과 인건비나 양악수술 재료비 지출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재료비 등 주요경비를 반영하면 포탈세액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금액이 아닌 2010년도 1억9600만원, 2011년 4억4000만원 상당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범행 기간이 2년에 이르고 수입신고를 누락한 수술 건수가 800여건”이라며 “피고인은 거액의 수입을 감추거나 증빙자료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조세를 포탈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이후 행정소송을 거치며 포탈세액과 가산세를 모두 납부한 셈이 됐고, 현금영수증 미발급에 따른 과태료 40여억원을 납부한 점, 범행의 객관적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A씨와 검찰은 판결에 불복했지만, 2심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A씨에게 선고한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될 정도로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