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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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양극화" vs "자영업자 한계"…시작부터 꼬인 최저임금 논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8일 2차 전원회의 개최
勞 근로자 위원 위촉 등 놓고
‘제1노조’ 민노총, 정부와 갈등
올 1.5% ‘최저’… 큰폭 인상 별러

재계 “코로나로 한계” 반대 고수
자영업 32% “동결돼도 폐업 고려”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논의가 초반부터 순탄치 않다. 민노총이 위원 위촉 등을 놓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가 노동계와 경영계가 생각하는 최저임금의 차이가 커 어느 때보다 논의에 날이 서 있다.

16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8일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최저임금 논의에 착수한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새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주고 공익위원 중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민노총은 위원회 구성에 불만이 가득한 분위기다. 그동안 근로자 위원은 한노총에서 5명, 민노총에서 4명을 추천해왔다. 올해의 경우 민노총 조합원 수가 한노총보다 많아진 만큼 민노총이 5명의 위원을 고용부에 추천했다. 고용부는 민노총이 추천한 5명 중 4명만 위촉했다. 민노총은 이 과정에서 정부와 의견을 교환하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민노총은 또 박준식 위원장과 권순원 위원의 유임도 불만이다. 공익위원인 이들이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사실상 결정했기 때문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제1 노총이 됐지만 외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어떤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 차이도 크다. 노동계에서는 2021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인 1.5%에 불과한 만큼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이 도입된 1988년 이후 1%대 인상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내년 최저임금이 9180원(5.3%·460원 인상) 이하로 결정될 경우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걸었던 문재인정부의 연평균 인상률은 박근혜정부의 7.4%보다 낮아지게 된다.

민노총은 “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양극화가 발생한 만큼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며 “영국이나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도 마이너스 성장에도 최저임금을 인상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이다.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하겠는가’를 묻는 질문에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는 답변이 32.2%로 가장 많았다. 고용원이 없거나 가족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자영업자 중에서는 40.6%가 폐업을 고려하는 한계 상황이라고 답했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직원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인지’를 묻자 응답자의 53.9%가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한경연은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도 타격을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사에 응한 자영업자의 23.6%는 이미 판매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내년 최저임금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45.7%로 가장 많았고,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은 16.2%였다. ‘1∼5% 미만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22.5%였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은 2018년 말부터 고용을 줄이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이제는 버티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필재·남혜정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