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미얀마 시민 저항, 모든 세대 망라 유엔의 대대적인 개혁 시급합니다” [차 한잔 나누며]

이양희 前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

“20대 온·오프라인 시위 최전선에
소수민족 단합 미얀마 역사상 처음
내전 확산 우려… 인도주의적 위기
국제사회 나서지 않으면 장기화
군부 제재 필요… 사무총장 나서야
안보리상임이사국중 중·러 걸림돌
안보리서 다수결로 개혁 필요”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을 지낸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미얀마 시민들 저항은 모든 세대와 소수민족을 망라한다”고 강조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어느덧 100일을 넘긴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에선 일명 ‘Z세대’, 20대 청년들이 도드라져 보인다. 온·오프라인 시위의 최전선에 있어서다.

이양희(64) 성균관대 교수(아동·청소년학)는 “젊은 층의 그 용기에 감탄했다. 내가 젊었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부끄러워진다”면서도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은 모든 세대를 망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아이들이 팔에 혈액형과 ‘엄마 사랑해’를 써 놓고 (시위에) 나가는데 부모들이 그걸 감수하는 것도 엄청난 것 아니겠느냐”며 “모든 소수민족이 단합한 건 미얀마 역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미얀마 소수민족은 공식적으로만 135개에 달한다. 다만 로힝야족은 빠져 있다.

2014∼2020년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을 지낸 이 교수는 국내외를 통틀어 손꼽히는 미얀마 전문가다. 그런 그가 가장 우려하는 건 미얀마 내전의 전국적 확산, 인도주의적 위기다.

“국제사회 움직임이 없으면 장기적이고 전국적인 내전으로 갈 겁니다. 사실 미얀마는 (1962년 첫 군부 쿠데타 이후) 70년간 내전 중이에요. 군부가 저지른 만행은 소수민족들이 사는 외곽 지역엔 과거에도 있었던 일인데, 지금 다수민족 버마족이 사는 만달레이, 양곤 같은 중앙 지역에서도 벌어지는 거죠. 소수민족들이 그 주에 있는 천연자원을 군부로부터 지키기 위해 군대를 만들어 내전이 일어난 거고요. 흔히 반군이라 하는데 미얀마 사정에선 부정적으로 볼 수 없어요.”

이 교수는 “군부는 버마족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 국군이라 할 수 없다”면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권력욕과 탐욕, 부패가 쿠데타 원인이고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오는 6월 전역을 앞두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소탕작전을 하면 다 백기 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2016년 아웅산 수치 문민정부 출범 뒤) 시민들은 5년간 민주주의를 경험했고, 2010년 테인 세인 정부가 개혁·개방을 하면서 자유도 10년간 경험했어요. (그 이전에) 50년 이상 군정의 탄압을 받았는데 그렇게 살 수 없다고 결정한 거죠.”

이 교수는 사태 초기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유엔 로힝야 사태 진상조사단장, 크리스토퍼 시도티 전 단원과 ‘미얀마 특별자문위원회(SAC-M)’를 꾸려 운영 중이다. 그는 “(민주진영과 소수민족들의) 국민통합정부(NUG) 탄생에 기여했고 지금도 계속 조언하고 있다”며 “우리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외국 정부, 단체들도 연락해 온다”고 귀띔했다. 이어 “NUG에 로힝야족이 없어 조금 아쉽다”면서도 “NUG는 민주화 과정을 계승할 대안이기에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고, (합법 정부로) 국제사회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 군부에 대한 제재를 주문하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우선 미얀마에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가 필요합니다. 시민들을 감시하는 데 쓰이는 드론 같은 다목적 물품들도 포함돼야 해요. 유엔 제재가 못 나오면 각 나라가 하면 됩니다. 또 군부가 갖고 있는 두 대기업, 미얀마경제홀딩스와 미얀마경제공사로 들어가는 돈을 막아야 해요.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분야 돈줄도 끊어야 하고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서 동참해 주길 바랍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나서 줘야 합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나하고 얘기하자’며 대표단과 미얀마에 가면 군부가 폭력을 좀 자제할 거거든요.”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유엔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군부에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도, 국제사회 개입을 위한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 적용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거쳐야 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버티는 한 불가능한 일들이다.

“당장 이뤄지진 못할 것 같지만 안보리, 유엔에 대대적 개혁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안보리에서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아마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미얀마 시민들이 R2P를 얘기하는데, R2P에 따른 국제사회 개입이 꼭 군사적 개입인 건 아닙니다. R2P는 안보리에서 논의만 해도 군부에 굉장히 큰 제재가 되죠. 근데 그걸 안 하고 있습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