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등 신경 정신질환 치료약으로 쓰이는 향정신성 약물들이 식욕을 억제하는 신경 전달물질인 멜라노코르틴의 반응성을 감소시켜 비만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 의해 밝혀졌다.
카이스트(KAIST) 손종우(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로 인해 발생하는 비만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이란 중추신경계의 도파민 수용체와 세로토닌 수용체에 결합해 뇌 신경 전달물질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조현병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리스페리돈’이나 ‘올란자핀’ 등이 있다.
이들 약물은 조현병, 양극성 장애 및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을 치료하기 위해 널리 처방되고있지만 ‘정형 항정신병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반면 과도한 식욕과 비만을 유발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손 교수팀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생쥐에게 리스페리돈을 먹여 식욕 증가와 비만을 재현한 뒤 이 모델을 이용해 리스페리돈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중요한 신경 전달물질 중 하나인 멜라노코르틴에 대한 반응성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함께 조현병 모델 생쥐에서 리스페리돈과 함께 멜라노코르틴 반응성 신경 세포 활성도를 높여 작용하는 식욕 억제제인 세트멜라노티드를 처치하면 리스페리돈의 항정신병 효과를 보존하면서도 비만을 예방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세트멜라노티드는 작년 11월 미국 FDA의 승인을 받고 현재 몇 가지 유전적 요인에 의한 비만 치료에 이용되고 있는 약물이다.
손 교수는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에 의한 식욕 증가와 비만의 원인을 신경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 처음 규명한 것으로 향후 이들 약물을 이용한 신경정신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이 현상이 다른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에도 적용되는지 추가로 밝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유은선 석·박사통합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첸 리우(Chen Liu) 교수와의 공동연구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실험의학저널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지난 12일에 실렸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