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20~2021시즌 프로배구가 끝나고 이제 국가대표팀의 시간이 왔다. 특히, 올여름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더욱 대표팀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다. 다만, 여자대표팀은 기대보다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더 많이 받는 상황이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이탈이 대표팀에도 큰 타격인 탓이다. 리시브와 공격을 책임지는 주전 레프트와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대표팀 감독의 전술에서 중심이 됐던 장신 세터가 사라졌다. 단순히 주전 7명 중 2명이 빠진 것 그 이상의 전력 누수다. 사실상 새 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마침 한 달여 동안 세계 강호들과 집중적으로 실전을 치를 기회가 생겼다.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25일부터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가 열리는 덕분이다. 예년에는 각국 대표팀이 전 세계를 돌며 최강자를 가렸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이탈리아 한 곳에서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25일 중국전을 시작으로 다음달 20일 네덜란드전까지 예선 15경기를 치른다. 대회 준비를 위해 지난 13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호흡을 맞춰온 15명의 대표선수들은 한 달간의 대장정을 위해 21일 새벽 현지로 출국했다.
이곳에서 열리는 매 경기가 대표팀에게는 올림픽을 대비해 팀 전력을 재편할 기회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19일 내놓은 서면 인터뷰에서 “VNL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올림픽을 준비한다. 코로나19로 차단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지만 선수들에게는 스트레스보다는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기대감이 더 클 것”이라면서 “아울러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의 배구를 접하면서 선수들은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이번 기회를 반겼다.
VNL에 나설 대표팀 새 체제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레프트는 이소영(KGC인삼공사)이 주전으로 나서고, 박정아(한국도로공사)에게는 라이트 공격수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주전 세터는 염혜선(KGC인삼공사), 안혜진(GS칼텍스), 김다인(현대건설)이 경쟁할 계획”이라고 기본 구상을 밝혔다. 15경기를 모두 마치고 나면 도쿄올림픽 본선에 나설 12명 엔트리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라바리니 감독은 “VNL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도 기회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멤버 중 엔트리를 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팀을 이끌 리더는 김연경이다. 출국을 앞두고 “VNL을 도쿄올림픽 준비과정으로 여기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오래전부터 도쿄올림픽 메달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던 그는 “이번 도쿄올림픽은 (내 인생의) 마지막 올림픽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한편, V리그 잔류와 해외 재진출을 놓고 고민했던 김연경은 중국리그 상하이행을 결정했다. 19일 밤 김연경의 에이전트가 “상하이와 입단 합의했다”고 밝힌 것. 지난 시즌 11년 만에 친정팀인 V리그의 흥국생명에 복귀해 비록 우승을 놓쳤지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이후 흥국생명 잔류와 해외리그를 놓고 저울질하다 2017~2018시즌 활약했던 상하이를 선택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