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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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8번 이상 화장실 간다면…과민성 방광 의심해야

빈뇨·야간뇨·절박뇨 등 증상…우울증 유발·수면부족 등으로 삶의 질 저하
요로결석·감염, 호르몬 결핍, 약물 부작용, 수분 과다 섭취, 당뇨 등 원인
‘케겔운동’으로 방광근육 단련, 약물치료, ‘보톡스 주입술’ 등으로 치료

 

우리 신체는 계속되는 신진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배설물의 일부분을 소변으로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신장은 지속적으로 혈액 중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속 혈액은 시간당 약 15번 신장을 통과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신장은 체내 수분의 양을 조절하고, 미네랄과 전해질 성분의 항상성 유지에 기여한다.

 

이 때문에 소변을 얼마나 자주 보는지, 어떤 색깔인지, 냄새는 어떤지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기본적으로 소변검사를 기본으로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이 같은 문제가 아닌 ‘소변을 보는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즉, 소변을 하루에 너무 자주 보거나, 한밤중에 자다가 깨서 보거나, 소변을 참기 힘들어서 생활이 엉망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나이가 들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 등으로 여기지 말고 병원 진료를 통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빈뇨, 야간뇨, 절박뇨 등의 증상이 보인다면 이는 과민성 방광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우울감을 호소하고, 정상적인 업무 능력과 대인 관계 유지가 어려워져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먼저 하루에 8회 이상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들락거린다면 빈뇨이기 때문에 과민성 방광을 의심해야 한다. 보통 성인은 낮에 깨어있는 동안에는 4~6회 소변을 본다. 그런데 빈뇨 증상을 겪는 환자는 하루에 8~10회 이상 화장실을 드나든다. 일상생활이 지장을 심하게 받을 정도여서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야간뇨는 밤에 발생하는 빈뇨로,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수시로 잠에서 깨 화장실을 드나든다. 건강한 사람은 밤에 자는 동안 0~1회 정도 소변을 본다. 수면 중에는 소변 생성을 억제하는 ‘ADH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야간뇨를 겪는 사람은 이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간뇨 증상이 나타나면 수면 부족과 만성 피로로 이어져 건강이 악화된다.

 

심지어 화장실을 가다가 참지 못해 소변을 보는 증상을 겪기도 하는데 이는 ‘절박뇨’ 증상이다. 건강한 성인은 방광에 400~500㎖ 가량의 소변이 찰 때까지 불편함이 없지만, 과민성 방광 환자들은 방광에 적은 양의 소변만 차도 안절부절이다. 이 때문에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빈뇨·야간뇨·다뇨 환자 수는 2016년 5만6000여 명에서 2020년 6만9000여 명으로 23.2% 증가했다.

 

 

과민성 방광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요로 감염이나 호르몬 결핍, 약물 부작용, 과도한 수분 섭취‧배뇨량, 변비, 비만, 정신상태 변화, 방광출구 폐색, 질 탈출증, 당뇨 등이 과민성 방광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질환이 노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연령에게 과민성 방광 증상이 나타나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 등 수면 관련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당뇨병 초기 증상일 가능성도 있다. 혈당이 급격히 높아지면 몸에 흡수되지 않은 당분이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신장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노폐물뿐 아니라 수분도 몸속에 축적되면서 소변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여성이라면 임신‧출산 과정에서 골반 근육과 방광 근육이 약해진 이유로 발생할 수 있으며, 40대 이상 중년 남성이면 전립선 비대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처럼 과민성 방광은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치료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괄약근을 수축했다 이완하는 ‘케겔운동’을 통해 방광 근육을 강화하는 방법을 실시하거나 커피, 녹차, 술 등 이뇨 작용을 촉진하는 음료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야뇨증 환자는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과일이나 수분이 많은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또한 약물 치료법도 있다. 약물 치료는 수개월 이상 지속하며, 경과에 따라 증량하기도 하고 부작용 유, 무에 따라 변경하기도 한다. 

 

약물 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심하거나 다른 먹는 약물이 많다면 방광 내 ‘보톡스 주입술’을 시술하기도 한다. 방광 내 보톡스 주입술은 국소마취하에 10∼15분 내 시행한다. 한 번 시술하면 6~10개월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