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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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에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싫어하는 이유는?

‘생리학적 관점’과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
직접 말하는 목소리보다 얇고 높은 음으로 들려 ‘실망감’ 느껴
자신이 평소 생각했던 목소리와 다르게 들리면서 ‘이질감’ 생겨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녹음된 목소리를 들어보면 왠지 모르게 자신의 목소리 같지 않아 실망감을 느끼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음성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한 외과 의사는 환자의 목소리를 정기적으로 녹음해 치료를 위해 다시 방문할 때마다 환자에게 들려준다고 한다. 

 

그렇게 했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눈에 띄게 불편한 기색을 보이거나 심지어 녹음된 목소리를 듣는 것을 거부한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영국의 일간지 ‘메트로’(metro)에 따르면 사람들이 오디오에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은 ‘생리학’과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설명이 된다.

 

먼저 생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는 직접 말할 때 생성되는 소리와 다르게 뇌로 전달된다.

 

녹음된 목소리를 들을 때에는 소리가 공기를 통해 귀로 전달되는데, 이를 ‘공기 전도’라고 말한다. 소리 에너지는 고막과 작은 귀뼈를 진동시키고, 귀뼈는 이 진동을 달팽이관으로 전달한다. 달팽이관은 청각 신호를 뇌로 보내는 신경 축삭을 자극한다. 

 

하지만 직접 말할 때 생성되는 소리는 다른 방식으로 귀에 도달된다. 말할 때 소리의 일부는 공기 전도를 통해 전달되지만, 대부분의 소리는 두개골을 통해 직접 전달된다. 즉, 자신이 직접 말할 때의 소리는 외부와 내부에서 동시에 전도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직접 말할 때의 목소리가 더 깊고 풍부하다고 인식한다. 그에 비해 녹음된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얇고 높은음으로 들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평소에 자신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목소리가 녹음기를 통해 흘러나오면서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소리는 자기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인데,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녹음된 목소리가 불일치하는 상황을 혼란스럽게 느낀다는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직접 말하는 소리보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가 나쁘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직접 말하는 목소리보다 녹음된 자신의 음성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의사가 환자들에게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이를 평가하도록 한 결과, 환자들은 의사들이 음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린 점수보다 더 낮은 점수를 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생리학적인 관점과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에 과잉 반응하면서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