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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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이준석 현상’… 30대 당대표 탄생하나

2011년 정계 입문했지만 의원 당선X ‘0선 중진’
강성범 ‘대구·이준석’ 비하 발언 이후 TK관심↑
젊은 보수 개혁 바라는 열망이 모인다는 분석도
24일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내에서 ‘이준석 현상’이 심상치 않다. 특히 주말 사이 나온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10%포인트 이상 따돌린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다.

 

◆오세훈·원희룡 “변화에 대한 열망…젊은 후보 돌풍은 변화 상징”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24일 이준석 전 최고위원(36)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젊은 바람이 전당대회를 흽쓸고 있는데 이 바람의 동력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며 “젊은 후보들의 돌풍은 당의 변화를 상징한다.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40대 때 대선 경선에 나선 적이 있다.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소장파 일원으로 한 때 젊은 보수 대표주자였다.

 

그는 “누구든지 과거의 자신과 싸워 이긴 사람은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다”며 “중진들까지 변화해야 우리당이 더 큰 변화로 국민에게 다가갈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는 초선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진은 그대로 있고 초선만 바뀌어서는 성공으로 평가받지 못한다”며 “우리 당의 변화는 국민에게 대한민국의 변화를 맡길 당이라는 신뢰를 가져온다. 야당답게 우리모두 더 빨리 더 많이 변하자”고 호소했다.

 

오 시장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경륜과 경험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인정한다. 그런데, 이번 당 대표는 대선후보와 호흡을 맞추어 상호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서포터로서의 역사적 소명이 있다”며 “경륜과 안정감의 대선후보와 호흡하며 대중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당대표, 위선과 무능에 지쳐 마음 둘 곳 없는 국민이 흥미로운 기대감으로 계속 지켜봐 줄 수 있는 유쾌한 반란의 주인공,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런 대표가 선출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원 지사와 오 시장 모두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원희룡 제주도지사. 연합뉴스

◆주말 사이 지지율 30% 돌파한 이준석

 

이 전 최고위원 돌풍은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전날 발표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쿠키뉴스 의뢰·전국 성인 1000명 대상)를 보면 이 전 최고위원이 30.1%의 지지율로 17.4%를 얻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PNR 여론조사(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전국 성인 1008명)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은 26.8%, 나 전 원내대표는 19.9%로 격차가 벌어졌다. 나 전 원내대표와 엎치락뒤치락하던 이 전 최고위원이 확실하게 상승세를 탄 셈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11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영입됐다. 정치경력은 10년 이상이지만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낙선해 ‘0선’ 중진으로 통한다. 하지만 왕성한 방송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키운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온라인상에서 ‘젠더 이슈’로 설전을 벌이면서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세대 청년들에게 유세차에 오를 기회를 주면서 신선한 선거운동을 펼쳐 오 시장 승리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국민 여론조사 지지율 10%대 머물던 이 전 최고위원 지지율은 주말 사이 껑충 뛰었다. 이에 한 야권 관계자는 ‘강성범 효과’라고 했다. 여권 스피커가 된 개그맨 강성범씨는 지난 19일 방송에서 “이 전 최고위원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대구 분이라고 해명을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 얘기를 듣고 (대구보다는) 화교가 낫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강씨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하버드대를 졸업한 이 전 최고위원의 부모님이 대구 출신이라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강씨 때문에 ‘대구 아들’이라는 인식이 지지층 사이에 퍼진 셈이다.

사진=유튜브 채널 ‘강성범tv’ 영상 캡처

마침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국민의힘의 전통 텃밭 대구를 찾아 시민들과 만났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책임당원 투표가 70%로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들 다수가 대구·경북(TK)에 있다. 전체 국민여론조사에서 기세를 올렸더라도 이 전 최고위원이 실제 당선이 되려면 TK 표심을 얻어야한다. TK 유권자들에게 ‘대구 아들’을 각인시킨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부터 ‘당심’ 잡기에 돌입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대구 달서구 상인동 지하철 상인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진행한 뒤 “수도권에서는 ‘젊음’, ‘개혁적 보수’에 대한 지지가 확고해졌다고 본다”며 “남은 대선을 위해서 대구에서도 이 문화가 자리잡도록 진짜 열심히 바닥을 기면서 해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대선 앞둔 특수한 상황, 이준석 당선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 전 최고위원의 돌풍이 이어지면 당선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계일보 통화에서 “문재인정권을 싫어하거나 정권에 실망한 사람들이 대안을 찾아야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지 않느냐”라며 “그래서 이들이 그러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바꿔야한다는 생각이 강할 것이다. 그게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대선을 앞둔 특수한 상황이지 않느냐”라며 “민심이 당심을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 전 최고위원이 젠더 이슈를 많이 문제제기했는데 보수 유권자 특히 남성 보수 유권자에게 어필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나 전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시절 강성 보수 이미지가 강하다. 대선을 앞둔 당의 얼굴로 적절할지 당원들이 전략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24일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정권을 되찾고 싶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열망과 욕구가 지금 이 전 최고위원에게 투영된 것으로 보여서 ‘이준석 현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변화와 개혁과 쇄신의 상징이 되어버렸는데 다른 후보에게 그런 기대감이 없지 않느냐. 이 전 최고위원이 10년 간 정치권에서 단련한 만큼 그동안의 다른 정치인 ‘현상‘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 돌풍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전 법률대변인은 “이 전 최고위원이 당대표가 되지 않더라도 이미 상당한 충격을 줬다”며 “보수정당은 가치보다는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하면 원외 청년 정치인을 당대표로 선출할 정도로 유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상황을 그냥 넘길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어떻게 우리 스타일로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