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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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돌풍 거세지자 … ‘계파주의’ 다시 꺼내 든 중진들

국민의힘 당권 경쟁 격화
2020년 총선 참패 후 극우바람 약화
김종인 체제 후 중도노선 걸어와
자신감 얻은 신예들 대거 도전장

“특정 계파 대표 땐 尹·安 오겠나”
羅, ‘유승민계’ 이준석·김웅 저격
주호영 “여론조사 부정확” 가세
李, 朱 지원 ‘친이계 문건’ 공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왼쪽)과 주호영 전 원내대표. 울산·창원=뉴시스·연합뉴스

‘신예 돌풍의 진원지, 왜 국민의힘인가.’

이념도, 조직문화도 다른 정당에 비해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국민의힘에서 6·11 전당대회에 출마한 0선·초선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진 후보들은 신예 일부가 특정 계파로 분류되는 점을 들어 ‘계파주의’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당 안팎의 호응을 받지 못한 채 신예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신예 돌풍’은 유력 대선주자나 거물급 계파 수장이 없는 국민의힘의 당내 상황과 맞닿아 있다. 과거 새누리당 시절 당을 주름잡던 ‘친박’(친박근혜)·‘친이’(친이명박)계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일대 사건을 겪으며 와해된 뒤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는 황교안 전 대표 시절 강성 우파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하며 극우 바람은 급격히 약해졌다.

특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맡아 중도 노선을 걸었고, 21대 국회에서 당의 절반이 초선으로 채워지며 이들이 ‘김종인 체제’를 뒷받침했다. 중진 대부분은 후선으로 물러났다. 더구나 21대 전반기 상임위원장 자리마저 포기하며 국민의힘 중진이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입김을 행사할 기회조차 사라졌다. 당내에 유력 대선주자나 계파 수장, 이들 옆에서 권력을 주무르는 실력자조차 없는 말 그대로 ‘무주공산’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2030 청년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한 지난 4·7 재보궐선거는 국민의힘 내 초선·원외 청년들을 고무시키는 방아쇠가 됐다. 기성 정치인인 선배 의원보다 신인이 낫겠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과거 한나라당 소장파였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광야에서 목소리 높였던 것과 달리 국민의힘 신인이 당의 정점인 당 대표 자리를 놓고 대거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살아있는 권력과 계파가 선명한 더불어민주당만 해도 지난해 재선 의원의 당 대표 도전에 “건방지다”는 소리가 나왔지만, 당의 존속 여부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진 국민의힘에는 “어디, 감히”라는 시선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오히려 중진 후보들이 신예의 선전을 경계하며 ‘계파주의’라는 낡은 프레임을 소환했다. 당권주자인 나경원 후보는 26일 페이스북에서 “특정 계파에 속한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느냐. 저는 계파 없는 정치를 해왔고, 지금도 어떤 계파 논리나 세력과도 얽혀 있지 않다”며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준석·김웅 후보를 저격했다. 이 후보는 곧바로 “옛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는 나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고 반박했고, 김 후보도 “계파정치 주장은 흉가에서 유령을 봤다는 주장과 같다. 두려움이 만든 허상”이라고 꼬집었다.

5선 주호영 후보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누군가가 정확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너무 많이 생산해 퍼뜨리는 데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있다”며 ‘이준석 현상’의 배후설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옛 친이계 출신이 중심인 보수단체 국민통합연대가 주 후보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한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이것이야말로 척결해야 할 구태”라고 되받아쳤다. 국민통합연대가 지난 25일 당 대표 후보로 주 의원을, 최고위원 후보로 조해진·배현진 의원과 정미경 전 의원을 지원하라는 내용의 문건을 지역 조직에 내려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주 후보 측은 해당 문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