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58·사법연수원 20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법무부 차관 퇴임 후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관련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알려져 이해충돌과 전관특혜 논란 등에 휩싸였다. 김 후보자는 주범격인 라임·옵티머스 운영자를 변호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무부 차관 당시 발생한 2조원대 대형 사기와 관련한 사건에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라임·옵티머스 관계자들을 변호했느냐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의 질문에 “라임·옵티머스를 운영한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누구를 어떻게 변호했는지에 대해서는 “변호사법상 비밀유지의무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밝히지 않았다. 자신은 변호사로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2월) 서울남부지검에서 라임 사건 수사에 착수했을 때 법무부 차관으로서 수사 관련 보고를 받았느냐”는 이어진 질문에도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전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은 합쳐서 피해자가 5000명이고 피해액만 2조원이 넘는, 서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한 사건”이라면서 사건 수임의 부적절함을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가 국회에 제출한 김 후보자의 사건 수임 내역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해 4월 차관 퇴임 후 같은 해 9월부터 이달 초까지 8개월간 법무법인 화현의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이 기간 그가 맡은 사건은 22건으로,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판매 관련 사건 2건,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선거캠프 복합기 사용료 대납 사건에 연루된 이 전 대표의 측근 고(故) 이모씨 사건 등 라임·옵티머스 관련 4건이 포함됐다.
김 후보자는 이 법무법인로부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월평균 240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이 같은 고액의 급여를 받은 것은 결국 전관예우·특혜의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에도 초점을 맞췄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김 후보자는 누가 봐도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있다”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보다 나을 뿐, 검찰총장감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가 다른 정부보다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답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성역 없는 수사를 했느냐’는 물음에는 “전임 총장께서 성역 없는 수사를 했다는 사실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친정권 성향·檢 수사 피의자·수임의혹… ‘중립성 논란’ 불러
국민의힘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파고들었다. 김 후보자는 야당의 각종 의혹 제기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정 형사소송법 체계 안착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배제하려 한 적 없어”
김 후보자는 ‘조국 사태’가 벌어진 2019년 9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수사지휘라인에서 배제하자는 취지로 대검찰청 참모진에 제안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제가 밖에 있으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이성윤 전 법무부 검찰국장(현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강남일 차장검사 등 대검 참모진을 만나 “윤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하는 지적엔 “이전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검찰총장이 법무장관 부하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엔 “검찰 사무에 관해 최고 지휘·감독은 장관이 하는 것”이라며 “각자 역할이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현 정권 들어 박상기, 조국, 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내리 보필했다. 호남 출신이자 친정권 성향 검찰 고위직 출신인 그가 검찰 수장에 오른다면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공정하게 지휘하지 않을 것이라고 야당은 의심한다.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엔 “다음 기회에”
김 후보자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현재 피의자 신분이다. 그는 “수사, 재판 중인 사건인데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밝히면 영향을 주지 않겠나”라고 했다.
사건 쟁점은 이른바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검찰 재수사를 받게 된 김 전 차관이 2019년 3월 심야에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 하자 법무·검찰 지휘부가 불법 출금 조처를 했는지 여부다.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김 후보자가 검찰 수장에 임명되면 이 나라 법무·검찰 지휘부는 모두 피의자·피고인으로 채워진다. 현재 박범계 장관은 폭행사건 피고인, 이용구 차관은 택시기사 주취폭행 사건 피의자 신분이다.
◆법무부 조직개편안엔 “미묘한 부분”
김 후보자는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수사 시 법무장관 또는 검찰총장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과 대해선 “미묘한 부분”이라며 “의견 수렴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수사·기소 완전 분리에 대해선 “개정 형사소송법 체계 안착이 우선”이라고 했다.
수사·기소 분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임을 알고 있느냐는 여당 의원 질의에 “거기까지는, 죄송하다”라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어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을 하려는 분이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 공약을 모르나”라는 질의에 “검찰개혁이라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다”고 했다. 총장 임명 시 대통령 국정철학에 따라 공무를 수행해야 하지 않겠냐는 질의엔 “검찰은 나름대로…”라고 했다가 “검찰은 왜 다르냐”는 질타를 받았다.
이성윤 지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해선 “진상조사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소장이 적절한 절차 내지는 형사사건 공개 규정에 의하지 않고 유출된 부분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법무부의 검찰조직 개편안이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서도 “법무부에서 (검찰) 일선에 내려보낸 것 같다”며 “일선에 (개편안이) 가 있으니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 차관직 퇴임 후 법무법인에 재직하면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해서는 자세를 낮췄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 마음이 무겁다. 고위직 출신으로서 변호사를 했다는 부분이 국민 여러분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을 저도 한다”고 답했다. 월평균 2900만원 정도를 수령한 데 대해서도 “금액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데,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많다”고 했다.
◆與 “선 넘은 윤석열 검찰 전철 밟아선 안 돼” 野 “총장 수행에 한계… 다른 자리 부탁해라”
26일 국회에서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시작부터 여야 간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 문제 등을 놓고 고성이 오가면서 극한대립이 펼쳐졌다. 김 후보자는 아들 부정청탁 논란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고, 참고인으로 참석한 서민 단국대 교수가 공방의 한복판에 서기도 했다.
청문회 시작과 함께 국민의힘은 앞서 더불어민주당에 20명 이상의 참고인과 증인을 요구했음에도 민주당이 ‘조국 흑서’ 저자 서 교수 등 2명만 채택한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김도읍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우리가 참여할 기회조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채택을) 의결한다고 통보를 했다. 이게 독재지 뭔가”라고 소리쳤다. 이에 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얘기하라”고 맞받으며 신경전을 벌이는 등 청문회 진행이 30분가량 지연됐다.
진통 끝에 질의가 시작됐지만 김 후보자의 아들 취업 부정청탁 의혹을 놓고 여야 설전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부정청탁 의혹 외에) 2019년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도 ‘아빠 찬스’를 썼는지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응시원서와 자기소개서 등 자료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소 의원은 “가족들은 가족들대로의 권리가 있다. 위법성이 있다면 자료 제출(요구)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철통방어에 나섰다.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김 후보자는 아들 관련 의혹 질의가 나오자 다소 빨라진 목소리로 “(저는) 아들 취업이나 학업에 무관심한 아빠”라며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다만 아들이 자기소개서에 김 후보자의 직업을 검사장으로 적은 부분에 대해선 “제가 봐도 꼭 그렇게 적었어야 했나 그런 부분이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전날 아들과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아들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누를 끼쳤다.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검사인 것과 직책을 적은 것 같다. 누를 끼친 거 아닌지 죽고 싶다’고 말했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참고인 서 교수가 잠시 김 후보자를 조연으로 만들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검찰총장 인선 평가를 요청하자 서 교수는 “정권이 원하는 검찰총장은 아마 다른 분(이성윤 서울지검장)이었겠지만, 그분이 탈락했기 때문에 남은 분 중 정권 마음에 드는 분이 후보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검찰총장으로서 자질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라고 반발했지만,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서민 교수를 참고인으로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페이스북에 “남국아, 내가 검찰총장 청문회에 나간다니 황당하냐. 그래도 정경심이 무죄라고 우긴 너보다는 내가 더 법을 잘 알지 않겠나”라고 적었던 서 교수는 “여당 의원을 비판한 이유는 국민이 아닌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설전도 이어졌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윤석열 검찰은 총장의 지휘 아래 과잉수사, 선 넘는 수사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김 후보자에게 “윤석열 검찰의 전철을 절대 밟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국민이 환호한 것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일관성에 신뢰를 보낸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장혜진·곽은산·배민영 기자 janghj@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