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고 있는 일선 보건소 공무원들이 과중한 업무와 인력난,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3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격무에 시달리던 부산 한 보건소 직원은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까지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최근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병원을 전담하며 주말과 휴일에도 일하는 등 지난 5개월간 363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부산 남구보건소에 따르면 최근 직원 10여명이 한꺼번에 휴직이나 병가를 내는 바람에 동료직원들이 이들의 업무까지 떠안게 됐다. 해당 보건소는 구청에서 운영하는 예방접종추진단에 10여명의 직원을 파견한 데 이어 휴직과 병가를 낸 직원까지 겹치는 바람에 일주일 내내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
남구보건소 김혜옥 보건정책과장은 “기존 코로나19 검체채취와 역학 및 방역 업무에다 백신 접종 업무까지 더해져 업무가 2~3배 더 늘어났다”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휴일도 없이 업무에만 매달리는 실정이어서 직원들이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인력 충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고충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 정원 총량제에 묶여 있어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선 의회의 승인을 얻어 관련 조례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기간제 직원을 채용해 검체채취 업무에 투입하고 있으나, 정규직 직원보다 업무역량이나 책임감 등에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부산 강서구보건소 이현애 보건행정과장은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은 직원 중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직원까지 생겼다”며 “약을 처방받아 먹고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직원들한테서 ‘쉼’이란 개념이 없어진 지 오래됐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직원들은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대구보건소 관계자는 “우리 구는 인구가 많고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도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 애로사항이 더 많다”며 “과도한 업무에다 코로나19 관련 악성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현상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보건소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북 안동보건소의 한 50대 직원이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져 한 달째 사경을 헤매고 있으며, 광주지역 보건소 직원들은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요양병원 특성상 환자들과 의사소통이 힘든 데다 일주일 이상 격리된 병원에 꼼짝없이 갇혀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코호트 격리병원 업무를 마치면 무기력증과 알 수 없는 고통으로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울산지역 한 보건소 직원은 “오전 7시 출근해 다음날 오전 1시에 퇴근하는 일이 일상”이라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난다는 기약이라도 있으면 버틸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은 출구 없는 터널을 달려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연수구보건소는 의사와 간호사, 행정직 공무원 등 15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된 검체 채취팀이 하루 4개 타임으로 업무에 투입된다. 1타임당 1시간30분이 소요되는 검체채취 업무를 마치고 본래 자신의 업무를 수행한 뒤 3번째 타임에 투입되는 형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보건소 직원들의 고충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어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7월부터 ‘노(NO) 마스크 시대’를 선언하고, 지자체에 백신 접종을 독려하면서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보건소 직원들의 업무는 줄기는커녕 더 늘어났다.
보건소 직원들은 “휴직 등으로 자리를 상당기간 비워야 하는 인원만큼이라도 인력을 보충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력반장은 이날 “보건소 직원의 업무 부담이 크게 증가한 상태”라며 “보조인력확대 투입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오성택 기자, 전국종합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