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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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에 주차하지 말라”… 아들 음주운전 덮은 경찰 간부 해임

근무 중 우연히 아들의 음주운전 사건을 접수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경찰 간부가 중징계를 받았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및 비밀엄수 의무 위반 등으로 A(56) 경위를 해임 처분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공무원의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 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경위는 지난해 5월20일 오후 10시58분쯤 인천시 남동구 일대에서 순찰차를 타고 근무하던 중 아들의 음주운전 사건을 접수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을 받았다.

 

당시 A 경위는 112 신고로 ‘음주운전 의심. 남자 운전자. 술 냄새가 났다. 여자와 같이 탔다’는 내용을 접수했다. A 경위는 음주운전 의심으로 신고된 차량이 자신 소유의 차량인 것을 눈치 채고, 아들에게 곧바로 전화했다. 전화 통화에서 A 경위는 아들에게 “지금 신고가 들어와 경찰관들이 수색 중”이라며 “집 주변에 주차하지 말라”고 알려줬다.

 

또 순찰차에 함께 타고 있다가 112 신고내용을 같이 들은 동료 경찰관 2명에게는 “신고된 차를 운전한 아들이 직접 지구대로 오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말에 속은 동료 경찰관들은 순찰팀장인 A 경위 지시에 따라 아들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다.

 

A 경위는 사건 발생 다음 날 새벽 팀원인 B 순경의 아이디로 112 신고 사건 처리 시스템에 접속한 뒤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로 ‘불발견’이라고 입력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앞서 남동서 청문감사관실은 A 경위가 사건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보고 대기 발령을 내린 뒤 ‘직무 고발’을 했다.

 

A 경위는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뒤 직무유기 및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달 초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경찰관인 A씨는 법 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아들의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게 할 목적으로 112 신고 정보를 유출해 직무를 유기했다”며 “사건처리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해 죄질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