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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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에 '당심'까지… '태풍의 눈' 된 이준석 [뉴스분석]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 1위 ‘이준석 돌풍’
쇄신·세대교체 물꼬 튼 ‘젊은 보수’
국민의힘 예비경선서 41% 얻어
제1야당 첫 30대 당대표 가능성
구태정치 벗고 혁신 원하는 여론
‘36세 청년 정치인’에 투영된 결과
나경원·주호영과 당대표 3강 구도
중진 후보들 합종연횡 최대변수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대구시당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6·11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미풍에 그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8일 발표된 예비경선에서 굵직한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선두를 차지했다. 이는 구태정치에서 벗어나 보수정당의 획기적 쇄신을 바라는 여론이 ‘36세 청년 정치인’에게 투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향후 본경선 과정에서 당심의 전략적 선택 여부 등에 따라 주요 정당 역사상 첫 ‘30대 당 대표’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당 대표 후보 8명 중 5명을 가려내는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선관위는 후보별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이 41%의 지지를 얻으며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2위는 나경원 전 의원(29%), 3위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15%)다. 홍문표(5%)·조경태(4%) 의원도 본경선에 합류했다. 3선 윤영석 의원과 초선 김웅·김은혜 의원은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예비경선은 지난 26~27일 당원과 일반국민 각각 2000명을 대상으로 2개 기관이 진행한 여론조사를 1대1의 비율로 합산해 이뤄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결과 발표 뒤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 도전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불리는 걸 보며 엄중한 책임감과 상당한 주인의식을 갖는다. 비전과 미래를 이야기하고, 지금 시대 국민들이 무얼 바라는지를 이야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현상은 4·7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물꼬를 튼 ‘정당 세대교체론’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중도·개혁 노선을 걸으면서 당내에서도 초선들을 중심으로 ‘영남 꼰대당’ 이미지 탈피 목소리가 분출했다. 각종 방송 출연 및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유권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으로 인지도를 높인 이 전 최고위원에게 민심이 몰렸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민들이 보수정당의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이대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창출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이준석을 통해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본경선 진출 당대표 후보자 초청 간담회'에서 나경원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최고위원과 중진인 나 전 의원, 주 전 원내대표가 3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본경선 최대 관전포인트는 ‘당심의 향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한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에선 당원투표가 70% 비중을 차지한다. ‘0선’인 이 전 최고위원의 최대 약점은 이들 4·5선 중진 주자들에 비해 당내 기반세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예비경선 직전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과 영남권에서도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점점 좁혀가고 있다.

이날 당원투표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과 나 전 의원과의 차이는 1%포인트에 불과했다.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 이 전 최고위원은 각각 31%와 51%를, 나 전 의원은 32%와 26%를 득표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당원들도 민심에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완전히 앞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대선 승리를 위해 본경선에서) ‘우리도 이준석을 찍어야 한다’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진 후보들의 합종연횡 여부에 따라 선거전 막판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 전 의원과 주 전 원내대표가 전략적 단일화로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경우 당심이 중진 후보에게 모일 수 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