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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전투기에 쓰일 ‘독침’ 미사일은 무엇일까 [박수찬의 軍]

공군 제1전투비행단 기지에서 장병들이 항공기에 무장을 탑재하고 있다. 공군 제공

한국군에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날카로운 ‘창’이 있다. 한반도 일대를 사정권에 넣는 미사일이 그것이다. 

 

한국의 미사일 전력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전투기에서 쏘는 미사일이다. 강력한 항공무장은 전투기가 제 성능을 발휘하는 데 필수다. 

 

하지만 KF-21 전투기나 FA-50 경공격기에 탑재되는 항공무장은 현 상태에서 충분한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신형 미사일 장착이 거론되는 이유다.

 

◆거론되는 미사일은 어떤 것 있나

 

100㎞ 이상 떨어져 있는 지상 표적을 타격하는 공군 전력은 F-15K 전투기에 탑재되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F-4 전투기에 쓰이는 팝아이 중거리 공대지미사일로 나뉜다.

 

노후화가 심각한 F-4는 2020년대부터 KF-21로 대체된다. F-4가 사라지면 팝아이 미사일도 일선에서 점차 물러날 예정이다. FA-50은 공격력 강화를 주장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F-15K 전투기에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장착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과 FA-50을 기반으로 하는 공대지미사일 확보 필요성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기종은 독일의 타우러스 시스템즈가 제안하는 타우러스 350K-2다. 타우러스시스템즈 코리아 크리스토퍼 드레브스타드 대표이사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차세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 350K-2를 한국에서 개발 및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함께 할 정부 기관이나 방위산업체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타우러스 350K-2는 공군이 운용중인 타우러스 미사일의 단축형으로 FA-50과 KF-21 탑재가 가능하다. 엔진 성능을 높여 사거리는 600㎞를 넘는다. 관통력과 비행 및 유도방식은 기존 타우러스와 큰 차이가 없다.

 

기존 팝아이는 무겁고 크기도 커서 F-4 탑재도 쉽지 않았다. 사거리도 200㎞ 수준이었다. 반면 타우러스 350K-2는 부품 소형화와 엔진 및 탄두 성능 개선 등이 꾸준히 이뤄지면서 FA-50과 KF-21을 중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전략자산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이 소요결정을 내리면 연구개발 및 생산에 3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타우러스측의 설명이다. 전투기에 체계통합하는 방식은 F-15K에 했던 것과 동일하다. 

FA-50 경공격기에 타우러스 350K-2 공대지미사일 2발이 장착된 모습을 그린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과 FA-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국산 전투기라 체계통합하는 기간은 F-15K 당시보다 훨씬 짧은 1년 안팎이다. 비용도 F-15K(800억 원)보다 훨씬 낮다. 

 

FA-50에 타우러스 350K-2를 체계통합할 경우 관련 비용은 F-15K 대비 3분의 1 정도다. 미국 록히드마틴과의 협력 등에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F-21에 체계통합할 때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타우러스와 타우러스 350K-2는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쓴다. F-15K에 탑재된 타우러스 관련 소프트웨어를 KF-21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외형적 크기가 다르므로 무장장착대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제작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기존 타우러스를 KF-21에 탑재하면 체계통합 비용은 F-15K의 절반 수준이다. F-15K는 제작사인 미국 보잉이 체계통합 작업을 수행해 상당한 예산이 소요됐지만, KF-21은 KAI가 작업을 하므로 예산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타우러스가 다른 미사일보다 경쟁력이 월등히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화는 터키 로켓산이 개발한 솜(SOM)을 토대로 한 미사일을 FA-50 탑재용으로 제안하고 있다. 2011년 터키 공군 F-16에 배치된 솜은 사거리 250㎞로 2018년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을 공격했던 ‘올리브 가지’ 작전에 쓰였다. 

 

한화는 솜 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발한 공대지미사일 사거리를 200㎞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정확도는 3m 이내이며 지상표적 타격에 초점을 맞췄다. 향후 공대함미사일로 전환하거나 KF-21 탑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 넥스원이 KF-21 탑재를 위해 2019년부터 탐색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도 있다. 기술 실증 시제품을 제작, 테스트용으로 개조된 F-4에 장착 및 투하 비행시험을 계획 중인 것이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미사일의 전체적인 성능은 타우러스와 유사한 수준이다. 개발 및 양산에 81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이르면 KF-21 블록2가 만들어지는 2020년대 후반에 탑재될 예정이다.

터키 로켓산이 개발한 솜(SOM) 공대지미사일. 한화는 솜을 기반으로 한 공대지미사일을 제안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기술 추세 고려한 정책결정 필요

 

올해까지 탐색개발이 진행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향후 개발 일정 등이 확실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ADD가 주도해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업체 주도로 사업 방식이 변경됐다.

 

하지만 개발비 추가 소요, 개발 주관 업체, 업체가 수행할 개발업무의 범위 등에 대해 명확히 드러난 것은 없다. 

 

다만 예산이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업체들이 현재 예산으로는 개발이 어렵다고 해서 개발비를 지금보다 2000억 원 정도 늘리는 방향으로 기우는 모양새”라며 “ 공군은 높은 구매 비용을 고민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개발 일정은 촉박하다. KF-21 블록2는 2020년대 말에 등장한다. 남은 시간은 최대 8년이다. 

 

업체 주도로 사업방식이 변경된 상황에서 탐색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가 개발을 맡게 되면, 탐색개발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에서 타우러스 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기에 체계개발과 시험평가 및 감항인증, KF-21 블록2에 체계통합하는 작업까지 최대 8년 안에 마쳐야 전력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일정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1995년 재즘(JASS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에 착수했으나 기술적 문제가 끊이지 않아 실전배치는 2009년에야 이뤄졌다. 타우러스 미사일도 개발에 10년 이상이 걸렸다.

 

미사일 개발 경험이 풍부한 선진국들도 10년이 넘게 걸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경험 없는 국내 업체나 정부 기관이 8년 안에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재즘의 사례가 반복된다면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2030년대 중반에야 전력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방위사업청은 KF-21 탑재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에 대해 “기존 계획대로 간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KF-21 전투기에 탑재될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무기획득사업을 관리하고 계획을 집행하는 부처인 방사청은 기존 계획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 계획은 KF-21과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사용할 공군과 합참이 주도한 결과물이다. 

 

공군과 합참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관련 상황을 따져보고 새로운 대안을 검토해 우수한 미사일을 빠른 시일 안에 KF-21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공군에서 성능과 신뢰성이 검증된 타우러스 미사일을 KF-21 블록1부터 탑재해 공격력 조기 강화를 꾀하고,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은 여유 있게 진행하는 방법을 주목한다. 

 

이렇게 되면 KF-21은 블록1부터 공대공, 공대지 능력을 충분히 갖춘 기체가 된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수출 마케팅에도 호재다. 수출 물량 확보는 대당 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공군의 재정 부담도 덜 수 있다.   

 

선행연구가 올해 안에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중거리 공대지미사일은 “과거의 개념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투기에서 발사돼 군함이나 지상 표적을 파괴하는 미사일은 사거리가 길어지는 추세다. 

미국 록히드마틴 재즘(JASSM) 공대지미사일이 미 공군 B-1B 폭격기에서 발사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미 해군과 공군의 차세대 대함 순항미사일 LRASM의 유효사거리는 560㎞로 타우러스 미사일과 맞먹으며, 기존 하푼 미사일보다 3배 정도 늘어났다. 재즘(JASSM)-ER은 700㎞, 프랑스 스칼프 미사일은 450㎞에 달한다. 증거리 공대지미사일 수준을 넘어서는 무기들이 주류다.

 

북한의 강력한 방공망도 문제다. 러시아 S-300 대공미사일과 유사한 KN-06 장거리 요격미사일 등을 보유한 북한군 방공체계는 기존처럼 한국 공군 전투기가 휴전선에 근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구소련의 단거리 대공미사일 위주로 무장한 북한과 대치했던 1990년대에는 팝아이 미사일로도 대북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KN-06를 비롯한 신형 장거리 대공무기를 북한이 개발한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200㎞ 수준의 공대지미사일로 북한 내륙 지역을 타격하려면 전투기가 휴전선 인근으로 북상해야 하는데, 이는 KN-06 등 북한 방공망 위협에 아군 전투기를 노출할 위험을 높인다.

 

사거리 500㎞ 이상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하면 북한 방공망 사정권 밖인 대전 등에서도 북한 내륙 지역을 안전하게 공습할 수 있다. 

한국 공군의 항공무장들이 2019년 10월 경기 성남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9(서울 ADEX 2019)에서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군과 합참이 중거리,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통합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과거의 공중전은 전투기 성능으로 승패가 결정됐다. 하지만 현대전에서는 전투기 못지 않게 항공무장의 수준에 따라 우열이 판가름난다. 강력한 스텔스기를 보유한 미국이 무장탑재량이 높은 F-15EX를 구입하는 것도 항공무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숱한 논란을 거쳐 시제기가 탄생한 KF-21이 한반도 영공을 수호하려면, 제 성능에 걸맞는 항공무장을 빨리 갖출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군 당국의 향후 대응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