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저서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출간을 예고하자 지지율이 미미한 여권 내 잠재 대선주자들이 잇달아 응원 메시지를 내는 등 ‘친조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내 대선 후보 예비경선을 앞두고 ‘조 전 장관 수호’를 외쳤던 친문(친문재인)계 강성 지지층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국의 시간은 역사의 고갯길이었다. 광화문에서 태극기와 서초동의 촛불을 가른 고개다”라고 적었다. 그는 “공정과 불공정이 교차하고 진실과 거짓이 숨을 몰아쉰, 넘기 참 힘든 고개였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언제나 역사 앞에 선 개인은 힘이 없다”며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발가벗겨지고 상처 입은 그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자식을 둔 아버지로, 아내를 둔 남편으로 가슴이 아리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조국의 시간이 법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그 진실이 밝혀지길 기원한다”고 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가족이 수감되고 스스로 유배같은 시간을 보내는데도 정치적 격랑은 그의 이름을 수없이 소환한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이 뿌린 개혁의 씨앗을 키우는 책임이 우리에게 남았다”며 “조 전 장관이 고난 속에 기반을 놓은 우리 정부의 개혁 과제들, 특히 검찰개혁의 완성에 저도 힘을 바치겠다”고 적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조국의 시련은 개인사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추 전 장관은 “조국의 시련은 촛불로 세운 나라의, 촛불개혁의 시작인 검찰개혁이 결코 중단돼선 안 됨을 일깨우는 촛불시민 개혁사인 것”이라고 했다.
추 전 장관은 “촛불시민의 명령인 검찰개혁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 나갔던 그에게, 검찰의 강력한 저항 한가운데로 돌진했던 그에게, 온 가족과 함께 시련과 모욕의 시간을 견디어 내고 있는 그에게,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과 여론재판의 불화살받이가 된 그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단없는 개혁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의 시간’은 우리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고 나온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청렴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서 한 전 총리와 만난 사실을 공개하면서 “나는 한명숙의 진실을 믿는다”고 했다. 또 “정치검찰이 걸어온 길과 한명숙이 걸어온 길이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지던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는 한 전 총리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조사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고 적었다.
정 전 총리는 “정치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가고도 한 전 총리마저 감옥에 가두고 말았다”며 “이제 다시 진실을 찾아 나선 한 전 총리의 진실 찾기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한신건영 한만호 전 대표한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015년 7월 한 전 총리한테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역 의원 신분이던 한 전 총리는 이 일로 의원직을 잃고 구속 수감됐다. 사상 첫 여성 총리였고, 총리 출신으로 실형을 사는 첫 불명예 사례였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