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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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도 민주화운동 현장에… 코로나 취약한 미얀마

중국이 백신 50만회분 기증했지만
반중감정 확산에 “백신 안 맞겠다”
28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참가자들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만달레이=EPA연합뉴스

군부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과 이에 반대하는 시민군 간 내전 양상으로 치닫는 미얀마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확진자들을 돌봐야 할 의료진은 병원을 떠나 민주화운동 현장으로 달려갔다. 더욱이 상당수 주민은 “군사정권 치하에선 주사를 맞기 싫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실정이다.

 

30일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얀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4만3526명으로 한국(13만9910명)보다 조금 더 많다. 미얀마는 인구가 5474만여명으로 한국(5130만여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얀마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3216명으로 한국(1957명)보다 치명률이 더 높다.

 

미안먀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후 강화된 방역수칙을 내놓았고 이를 위해 보건 관련 법률도 재정비했다. 쿠데타 이후 가택연금됐다가 최근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한테 검찰이 적용한 혐의 중 하나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법률을 어겼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본다.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 및 군경의 유혈진압 등으로 사회가 어수선하다 보니 코로나19 검사 자체가 극히 적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쿠데타 이전인 올해 1월만 해도 코로나19 검체 채취가 하루 1만6000~1만8000건가량 진행됐다. 그랬던 것이 2월 1일 쿠데타 이후 검채 체취가 하루 1500~2000건가량으로 급감했다는 것이 현지 매체의 보도 내용이다.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확진자를 치료해야 할 의료진의 상당수는 병원을 비웠다. 군부에 반대하는 시민불복종(CDM) 등 민주화운동 현장으로 대거 달려갔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부족하니 백신 접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백신 접종은 군사정권을 이롭게 하는 일’이란 인식이 강하다. 현지 매체는 “다수 시민이 ‘군사정권 하에서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며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에서 유통되는 코로나19 백신이 대부분 중국 제품이란 점도 낮은 접종률의 한 원인이다. 앞서 중국은 미얀마에 자국산 백신 50만회분을 기증한 바 있다.

 

중국은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의 ‘뒷배’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 반중감정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미얀마에 고강도 제재를 가하려 할 때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이를 막고 나서는 형국이다. 유엔 안보리는 5대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중 어느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