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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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민주주의’ 강조한 이준석, 견제구 날린 주호영·나경원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첫 합동연설회

李 “낡은 정치로 전대 혼탁해져” 비판
후원금, 모금 사흘 만에 1억5000만원
나경원 “호남·청년 등에 할당제 실시”
주호영은 李, 羅 모두 겨냥 비판 나서
선두권 때린 홍문표… 曺 “공천 혁신”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5명으로 추려진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30일 광주에서 첫 합동연설회를 열고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유일한 30대 후보이자 ‘0선’의 원외주자임에도 컷오프를 1위로 통과하는 등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이준석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5선 현역 의원인 주호영 후보와 4선 의원을 지낸 나경원 후보 등 중진 경쟁자들은 그런 이 후보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1985년생인 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자유롭게 체득한 첫 세대”라며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항상 절대적인 가치로 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현장을 찾아가고 지지 성명을 냈던 일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또 “문재인정부가 올곧은 민주주의의 길을 가지 않고 있다”며 “최근 젊은 세대는 위선과 오만에 젖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방해자들과 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의 운영도 민주적으로 하겠다”며 “인사는 편파적이지 않을 것이고, 공천은 실력검증에 이어 국민과 당원의 의사가 최우선이 되는 민주적 절차로 진행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예비경선 전부터 불거진 당내 ‘계파정치’ 논란을 두고는 “낡은 정치의 관성 속에 전당대회가 혼탁해지는 모습을 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꼬집기도 했다.

 

컷오프에서 이 후보에 이은 2위를 기록한 나 후보는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정권교체”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 바로 통합”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지역·세대·가치·계층통합을 통한 국민통합을 반드시 해내겠다”며 호남과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할당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할당제 폐지를 주창한 이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나경원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주 후보는 이 후보와 나 후보를 모두 비판하면서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그는 나 후보에 대해선 “모두가 통합을 얘기지만 이분법적인 사고로는 절대 통합을 이룰 수 없다. 중도를 허황된 것이라 믿는 후보의 용광로엔 무엇이 담기겠느냐”며 “강경 투쟁하고 선거에 지는 것이 혁신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이 후보를 놓고는 “국회 경험도 없고, 큰 선거에서 이겨본 경험도 없으며, 자신의 선거에서도 패배한 원외 당 대표가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주 후보는 “내년 대선 승리는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달렸다”면서 “싸워서 이겨본 준비된 당 대표는 오직 저 주호영뿐”이라고 역설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 발표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일곱 번째부터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 주호영·나경원·조경태·홍문표·이준석 후보,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광주=연합뉴스

4선 홍문표 후보는 이 후보의 돌풍을 겨눠 “정책도 없고 사람도 없고 입만 있는 전당대회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계파논쟁을 꺼내든 나 후보와 주 후보를 향해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5선 조경태 후보는 ‘공천 혁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후보의 돌풍이 이어지면서 중진 후보들이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겠느냔 관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 후보들은 이날 연설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제히 선을 긋고 나섰다. 이 후보는 중진 주자 간 단일화의 효과를 평가절하하면서도 “단일화든 네거티브든 저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상대할 자신이 있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주호영 당 대표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청년최고위원과 최고위원 후보들도 같은 장소에서 정견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이날 연설회 참석자는 당 지도부와 후보들을 모두 더해도 수십 명에 그쳤다. 수많은 인파가 체육관에 운집했던 예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국민의힘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의 권역별 합동연설회는 내달 2일 부산·울산·경남, 3일 대구·경북, 4일 대전·세종·충북·충남, 6일 서울·인천·경기·강원에서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컷오프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의 약진이 더 두드러졌다.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29일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 후보는 40.7%의 지지를 얻어 2위 나 후보(19.5%)를 21.2%포인트 차로 제쳤다. 이어 주 후보(7.2%), 홍 후보(4.2%), 조 후보(3.1%)순이었다. 응답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층 340명으로 한정해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47.0%로, 역시 1위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나 후보는 29.2%로 2위, 주 후보는 8.5%로 3위였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후보는 후원금 모금에 나선 지 사흘째인 이날 법정 후원금 한도인 1억5000만원을 모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0만원 이하 소액 후원이 대다수라고 한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앞으로 국민의힘 중앙당 후원회나 저희 당 의원들 후원회에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그간 보수진영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팬덤 정치’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