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강원 강릉시에서 죽마고우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만난 것으로 전해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가 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처음으로 현직 정치인을 만난 것이라 정계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윤 전 총장 측은 어린 시절 친구와의 사적인 만남이라며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권 의원은 3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며칠 전 전화를 걸어와서 주말(지난 29일)에 지인들과 강릉에서 저녁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강릉지청에서 근무할 때 만난 지역 인사 2명도 배석했다고 한다. 권 의원 일행이 “무조건 대권 후보로 나와야 한다”, “당신을 통해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하자 윤 전 총장은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한 강릉은 윤 전 총장 외가가 있는 곳으로, 두 사람은 오래된 친구 사이다. 윤 전 총장은 외가 친인척을 방문하고 외할머니 산소를 성묘한 다음 권 의원 일행과 만났다고 한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이 사퇴 후 현직 정치인을 만난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그동안 공개 행보를 삼간 채 각계 전문가와 원로들을 만나는 등 ‘대권 수업’을 받아왔다. 간간히 언론을 통해 현안 관련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정치 활동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든다. 윤 전 총장은 식사 도중 시민들의 요청을 받고 사진을 여러 장 찍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권 의원이 국민의힘 4선 중진이라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권 의원과) 어렸을 때부터 친구라 만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윤 전 총장은 당분간 별다른 정치 행보를 걷지 않으면서 공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내달 11일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정계 진출 여부나 향후 행보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공개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를 보면 윤 전 총장은 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양강 구도를 굳히는 모양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8~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은 31.0%로 선두에 섰다. 이 지사는 25.8%의 지지를 얻었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는 전주 대비 각각 1.4%포인트, 2.4%포인트 하락했으나 다른 주자들과의 격차가 현저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KSOI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