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靑·국회 검증 강화’ 두 바퀴로 굴러가야 인사청문 내실화” [세상을 보는 창]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與, 33번째 ‘野 패싱’에 개선론 고개

與 ‘감싸기’ 野선 ‘도덕성 의혹’ 몰두에
도입 20년 넘었지만 효용성 논란 여전

靑 ‘공직자 임명’ 7대 비리 기준에 비중
후보자 이해 충돌 등 윤리 검증은 미흡
사전 검증 강화 통해 신뢰성 더 높여야

국회, 정책보단 신상털기식 망신주기
후보자는 ‘하루만 버티면 된다’ 태도도
자료제출 거부·허위 진술 등 규제 필요

“청와대 인사검증 강화와 국회 인사청문회 개선이란 두 바퀴가 굴러가야 한다. 그러면 인사가 망사(亡事)가 아니라 만사(萬事)가 된다.”

전문가들은 도입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효용성 논란’에 휩싸인 인사검증과 인사청문회의 내실화에 대해 1일 이같이 입을 모았다. 문재인정부 들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33명으로 늘어나 ‘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터라 인사검증 강화와 청문회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당은 후보 검증보다는 감싸기에, 야당은 정책 검증보다는 도덕성에 관한 의혹 제기에 몰두하는 행태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사검증 개선방안으로 △인사추천과 검증기능 분리 △사전검증 강화와 검증결과 공개 등을 제시했다. 청문회 개선방안으로는 △공직 후보자의 자료제출 비협조와 허위진술에 대한 처벌 △인사청문회의 외부위원 참여 등을 꼽았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도덕성과 능력·자질 검증을 병행하는 현행 인사청문회 유지가 합리적”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는 도덕성과 자질 검증을 이원화한 미국 공직사회가 투명한 반면, 한국 공직사회가 여전히 부정부패를 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8월 국회에서 증인 등 협의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요구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위원장 직무대행인 김도읍 의원이 개의 직후 산회를 선포, 위원장석 및 야당석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과 개선방안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인사추천과 검증기능을 엄격히 분리하는 인사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게다가 청와대 인사검증은 민정수석실이 주도하는데 현 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에 비검찰 출신들이 임명되다 보니 검증기능이 약화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 임용의 ‘7대 비리’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이해충돌 가능성 등 공정한 임무 수행과 관련해 문제점이 드러난 인사가 이번 정부에서 공직 후보자로 지명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후보자의 이해충돌 여부는 공직 수행과 관련해 중요한 사항이지만 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이해충돌 문제가 인사검증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면 해군참모총장 퇴임 후 방산업체로부터 고액 자문료를 받고 활동한 국방부장관 후보자, 영화산업·방송콘텐츠 독과점이 우려되는 사기업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등 공직 후보자가 직무와 관련된 민간기업과 이해관계를 맺은 사례가 인사청문회에서 적발됐다.

7대 비리에 포함되지만 공직 임용배제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아 후보자로 지명되기도 했다. 일부 후보자는 종합소득세나 증여세 등을 미납했다가 청문회 하루 전에 세금을 납부하기도 했다. 탈세는 결격사유이지만 일부 후보자는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지 않거나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공직 임명배제 기준에서 제외됐다.

공직윤리 검증도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상반기 개각에서 부동산투기 의혹이 제기된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연구윤리와 관련된 논란으로 일으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결국 낙마했다.

지난 2019년 당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인사추천과 인사검증 기능이 확실하게 분리되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역대 정권을 보면 장관을 추천한 인사는 여권 실세이거나 대통령일 경우가 많았다. 이렇다 보니 인사검증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며 인사추천과 인사검증 기능 분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전질문서 내용과 형식 보완, 국회에서 요청 시 사전질문서 정보 공개, 다양한 기관의 사전검증 참여 등을 통해 사전검증을 강화해 검증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한계와 개선방안

‘신상털기’식의 망신주기에 따른 정책검증 미흡, 공직 후보자의 자료제출 거부, 고위공직 후보자의 허위진술 등이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으로 꼽혔다.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에 치중하면서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청문회가 후보자의 도덕성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쟁의 장으로 변질하는 반면 후보자의 정책적 견해와 전문성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자의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청문회가 파행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후보자가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며 자료제출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일부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대한 청문위원의 자료 요구에 개인정보 보호 등을 핑계로 대며 관련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되레 청문위원에게 법적 조치를 운운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하며 버티는 경우도 있다. 후보자 진술의 진위는 공직 적합성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후보자의 허위진술에도 현행 제도상 이를 처벌할 수 없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는 증인·감정인이 허위진술을 할 경우 위증죄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데 반해 공직 후보자의 허위진술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청문회가 정책과 전문성 검증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인사권자의 철저한 사전검증이 전제돼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김욱 배재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처럼 철저한 사전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그래야 최소한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후에 본 청문회장에서 전문성이나 업무 적합성에 대한 검증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보자의 자료제출과 허위진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공직 후보자가 사전 질의서나 청문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할 경우 강한 규제가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에 외부인사 참여를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 제시됐다. 최 원장은 “허술한 청문회를 보완하기 위해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외부 청문위원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법상 모든 절차를 마쳐야 하는 20일 중 실제 인사청문 기간은 3일 이내로 한정되어 있는데, 이는 충분한 인사검증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왼쪽),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연합뉴스

◆ 與 ‘도덕성·자질 검증 분리’ 野 ‘허위진술 처벌’ 방점

 

여야가 국회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여당은 공직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자질 검증 분리에, 야당은 공직후보자의 자료제출 강화와 허위진술 처벌에 방점을 뒀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당은 공직후보자의 자질 검증에 초점을 맞췄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정성호 의원이 각각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 의원의 개정안은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해 실시하고 비공개 공직윤리청문회를 원칙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임명동의안 등의 처리기간과 인사청문회 종료기간 등을 연장하고, 임명권자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내용을 존중하도록 했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공직후보자에 대한 비공개 사전검증을 목적으로 하는 ‘예비심사소위원회’를 신설, 근거 없는 흠집 내기 청문회를 지양하고 국회가 심도 있는 검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공직후보자 사전검증 자료의 국회 제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고 필요한 경우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 청문위원 의견을 적시하며 공직후보자 선서의 실효성을 강화토록 했다.

 

반면 야당은 부실한 인사청문회 개선에 주력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이종배 의원이 각각 관련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공직후보자가 선서할 경우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공직후보자가 허위진술을 하더라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허위진술,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공정한 인사검증을 방해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에 따라 위원장의 명의로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