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인공위성 파괴 무기 개발·대기권 밖 요격실험 등 각축전 [뉴스 인사이드]

강대국 사이 다시 불붙은 우주선

냉전시대에도 美·蘇 치열한 우주 패권 경쟁
2019년 中 ‘창어 4호’ 인류 첫 달 뒷면 착륙
美·러 주도 우주 개척에 존재감 확 드러내
위협 느낀 美, 2028년 달기지 유인화 추진

각국 운용 위성 2600여개… 분쟁 가능성
2016년 中 위성이 美 위성 안테나 훼손도

걸프전, 군사적으로 위성 활용한 첫 우주전
코소보전선 GPS 정밀유도폭탄 첫 사용
이란, 2020년 이라크 美 공군기지 미사일 공격
美 ‘적외선 탐지시스템 위성’ 통해 사전 파악

美, 2019년 1만6000명 규모 우주군 창설
러시아, 항공우주군 만들어 美 전략에 대응
유난히 봄비가 잦은 5월이었다. 비가 내린 뒤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푸른 속살을 드러낸다. 반짝이는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객쩍은 상념이 차오를 수 있다. 그 별들 뒤로 강대국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면 말이다. 얼마 전 있었던 중국 로켓 ‘창정-5B호’ 잔해 추락 소동은 우주 쓰레기의 심각성과 함께 강대국들의 우주를 둘러싼 패권 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미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반위성무기’의 등장과 대기권 밖에서의 요격실험 등으로 저마다 ‘우주전’(宇宙戰)에 올인하는 분위기는 일상이 됐다. 내친김에 ‘우주군’ 창설도 봇물이다.

 

◆미·중 우주 패권경쟁으로 불붙은 우주전

인류의 첫번째 인공위성은 1957년 소련이 쏘아올렸다. 1961년 우주 공간으로 첫 발걸음을 뗀 지구인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었다. 절치부심한 미국은 1969년 최초로 달에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착륙시켜 반전을 이뤄냈다. 결국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패권 경쟁은 미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동안 수면 아래 있던 ‘스타워즈’는 미·중 간 힘겨루기로 다시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2019년 1월 3일 중국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다. 이후 중국은 2019년 한 해에만 34번의 우주비행에 나섰고, 2020년 들어서는 29개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등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폈다. 지난 4월에는 자체 우주정거장 ‘톈허’(天和)를 구성할 핵심 모듈까지 쏘아올리더니 급기야 지난달 15일에는 세계 세 번째로 무인탐사선의 화성 착륙을 성공시켰다. ‘우주굴기’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던 우주 개척에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미국이 가만있을 리 만무했다. 우주인을 달에 다시 보내겠다던 계획은 당장 4년이나 앞당겼고, 2028년에는 아예 달 기지를 유인화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우주군도 창설했다.

 

창어4호 착륙선(왼쪽)과 탐사차량 위투2호가 서로 촬영한 모습. 중국국가항천국 제공

지금까지 우주로 발사된 대략 6600여기의 위성 중에 현재까지 운용 중인 위성 수는 2666기. 국가별로는 미국이 1327기, 러시아가 169기, 중국이 363기, 일본 80기, 인도 61기, 대한민국이 16기를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언제든지 우주공간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과 그 잔해들이 증가하면서 위성들끼리 충돌할 우려도 높아졌다. 잔해물은 바다가 아닌 지상에 추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를 막기 위해 요격미사일(반위성무기)이 사용될 수 있다. 요격에 대응해 방어용 레이저 무기가 인공위성에 장착되기도 한다.

달 탐사선 창어 5호를 싣고 발사되는 중국의 로켓 창정 5호.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2007년 1월 자국 기상위성 파괴를 목적으로 미사일 요격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위성 파괴 당시 생성된 3438개의 우주 파편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우주 쓰레기 양산국이란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로봇 팔이 부착된 중국 위성이 우주 파편 제거 명분으로 미국 위성에 접근, 안테나를 훼손했다는 CNN방송의 보도도 있었다.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지상작전을 주도하는 경우도

1991년 걸프전은 정찰, 항법, 통신, 기상, 조기경보 등 다양한 위성을 군사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우주전이라 평가된다. 이후 우주의 군사적 활용도가 증가해 1999년 코소보전에서는 인공위성과 통신하며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달린 GPS 정밀유도폭탄이 처음 사용됐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에 사용된 위성 수는 100여기가 넘었고, 전투원 개인의 GPS 장비 사용이 일상화됐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는 민·군위성의 혼합 사용 등으로 작전 탄력성이 현격하게 높아졌으며, 방대한 우주데이터를 수집 및 활용해 군사작전이 기획되는 등 대부분의 지상군사작전이 우주의 힘에 의존하게 되었다.

가장 최근의 우주전으로는 지난해 1월 7일 이라크 내 알 아사드 미 공군기지에 대한 이란군의 미사일 공격을 들 수 있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공습은 기지 곳곳을 폐허로 만들었다.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하자 이란군이 이에 대한 보복을 감행한 것이다. 총 12발을 쐈는데 그중 10발이 목표를 타격했다. 하지만 병력과 중요 장비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것은 ‘우주 기반 적외선 탐지시스템 위성’(SBIRS)이었다.

존 레이먼드 미국 우주군사령관은 지난해 9월 1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 공군연합 2020 콘퍼런스’에서 우주 기반 적외선 탐지시스템 위성과 관련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빠르게 탐지하면서 수많은 미국인과 연합군의 목숨을 살렸다”고 밝혔다. 우주 기반 적외선 탐지시스템 위성이 쓰였다는 추정은 있었지만 공식 확인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위성은 우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열적외선을 탐지하는 정찰위성이다. 미국을 겨냥한 발사만 탐지하는 지상 기반 감시 레이더와 달리 위성을 이용한 탐지시스템은 지구 전역에서 발사되는 모든 ICBM을 파악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러시아와 중국의 인공위성 파괴무기 개발을 경고하며, ‘미래 전쟁은 지상전으로 시작하건, 해전으로 시작하건 결국 승패가 우주전에서 갈릴 것’이라고 설파(說破)했던 마이크 위그스턴 영국 공군참모총장의 전망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군’ 창설 경쟁도 가열

미국은 2019년 12월 기존의 육·해·공군 및 해병대와 독립된 병종으로 ‘우주군’을 창설했다. 미 우주군은 주요국과 우주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안보위협을 차단하며 우주개발, 우주방어, 우주전 등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공군 우주사령부에 있는 현역 비행사와 민간인 군무원 1만6000명이 우주군에 배치됐다.

러시아는 2015년 공군과 항공우주방위군을 합병해 항공우주군을 창설했다. 이들은 우주에 기반을 둔 미국의 새 미사일 방어전략에 대응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중국의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는 2015년 창설돼 우주전, 전자전, 사이버전을 총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타깃이다.

조지프 던퍼드 전 미국 합참의장은 2019년 9월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용 정찰위성을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는 전자전 기술과 레이저 등을 이용한 요격용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까지 개발하는 등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프랑스 역시 2019년 7월 13일, 프랑스대혁명 기념일을 맞아 우주군 창설계획을 선언한 뒤 그해 9월 공군을 항공·우주군으로 확대 개편했다. 영국도 지난 2월 1일 초대 우주사령부 사령관이 취임했다. 일본은 조만간 항공자위대를 항공우주자위대로 명칭을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2015년 7월 공군 우주정보상황실을 창설,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우주 위협을 분석하고 위성 충돌·추락에 대비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군 최초의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가 우주로 발사됐다. 우주작전을 수행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2022년에는 군 정찰위성을 최초 발사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에 따라 “공중·해상 기반 우주발사체를 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 등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의 우주작전 수행 능력 구비를 위해 공중발사 능력 보유가 필요하다”면서 “공군이 보유한 F-15K와 KF-21 전투기를 비롯해 C-130 수송기 등을 이용한 공중발사 운용 능력 및 평가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