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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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달려간 野 당권 주자들… 李는 ‘비전’, 羅·朱 ‘통합’ 강조

국민의힘, 부산서 합동연설회

이준석 “부·울·경 IT인프라 유치”
나경원 “모든 후보 반석에 올릴 것”
주호영 “강성 투쟁 이미지론 안 돼”
홍문표·조경태도 당심 붙들기 나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홍문표, 주호영, 조경태, 나경원 후보. 부산=뉴스1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서는 당권 주자 5명은 2일 부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다.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청년 세대를 겨냥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IT 인프라 유치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는 중진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영입을 놓고 ‘통합론’을 내세우면서 이 전 최고위원 견제에 나섰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부·울·경 지역에 상당한 비교우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산업을 하나 제시하겠다”며 “훌륭한 대학이 많아 엔지니어의 공급이 원활하고, 태평양 종단 광케이블 허브인 부산은 (데이터센터 설립에 필요한) 모든 입지조건을 갖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된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며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데이터센터가 부산에 다수 유치되면 여러 국가가 자국의 안보를 위해 지켜야 할 핵심 전략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연설에서 경쟁 후보를 겨냥하지 않으며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압도적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네거티브 선거전보단 컴퓨터공학 전공을 살린 정책으로 영남권 경제·일자리 문제 비전을 제시, 지역 민심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보수 통합과 대선 단일 후보 선출을 내세웠다. 그는 “첫째도 통합, 둘째도 통합”이라며 “(저는 야권) 후보와도 잘 지내고 있다. 모든 후보를 (국민의힘으로) 끌어 담아서 반석 위에 올려서 야권 통합, 야권 단일 후보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통합보단 ‘자강론’을 내세웠던 이 전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 영입 전 당내 경선 가능성을 암시하며 “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출발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최근 윤 전 총장이 당내 인사들과 잇달아 접촉하자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당의 (대선) 버스에 올라타는 모든 분을 안전하고 안락하게 모시겠다”며 압박의 톤을 한층 낮췄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

나 전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을 의식한 듯 “지금 (당내) 쇄신의 바람이 무섭게도 불어오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잘 바꿔야 한다. 지역, 세대, 계층, 가치의 확장, 그리고 더 큰 국민의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보수 통합을 내세우면서 두 후보를 동시에 공격했다. 그는 “‘자강론’, ‘정시 버스론’은 커다란 분열의 단초를 제공한다. 알아서 경쟁하라고 하면 필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 돌풍을 놓고는 “바람도 미세먼지를 없앨 정도의 유익한 바람이 돼야지, 창문을 깨트리고 간판을 떨어뜨리는 폭풍은 후유증과 피해가 엄청나다. 청년 변화 하나만 가지고 당을 맡기고 대선이라는 큰 전쟁의 사령관을 맡길 수 있는지 곰곰이 짚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외연 확장 없이 강성 투쟁 이미지론 안 된다. 중도로, 지역으로, 세대로 확장해야 한다”며 “강성 투쟁 일변도 이미지를 가지고 있거나 그런 걸로 실패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확장을 하지 못 한다”고 중도실용 노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과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강성 보수 이미지가 약점으로 꼽히는 나 전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또 다른 중진 홍문표·조경태 의원도 영남 당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권역별 합동연설회는 3일 대구·경북, 오는 4일과 6일 각각 대전·세종·충북·충남, 서울·인천·경기·강원에서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