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서울에서 광주 실태를 담은 검열 전 신문 초판 등 유인물을 살포하다 군 검찰에 구속돼 가혹행위(고문, 구타)를 당한 기소유예자가 재기수사를 받게 됐다.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에서도 누락됐던 이들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이 41년 만에 첫발을 뗀 것이다. 재기수사는 기소를 유예했거나 불기소한 사건에 대해 새롭게 사건번호를 붙여 다시 수사하는 것을 말한다.
3일 국방부 검찰단 등에 따르면 수도군단 보통검찰부는 1980년 9월4일 포고령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안평수(72)씨에 대해 재기수사를 결정하고 사건을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이송했다. 기소유예란 검찰이 범행 외 여러 정황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 해도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기록을 남기는 처분이다. 공무원 취업 등 사회생활에 유무형의 영향을 미친다.
안씨는 이른바 ‘광주일고 불온유인물 제작살포사건’의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은행 광주지점으로부터 전송된 텔레타이프를 통해 광주의 실상을 알게 됐다고 한다. 안씨는 이를 알리고자 동아일보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검열 전 초판(1980년 5월22일자 1면)을 확보하는 한편 AP·AFP·슈피겔 등 외신을 입수, 번역해 유인물로 만든 뒤 고교 동문들과 대량 복사해 서울 주요지역에 살포한 혐의를 받았다.
군 검찰 관계자는 “안씨의 기소유예 결정은 계엄 포고령을 위반했다는 이유에 근거한 것이었는데, 이 포고령이 위헌 무효화된 만큼 사건을 재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인물은 안씨 외에도 최소 3명이 확인됐다. 이 중 2명은 기소유예를, 1명은 선고유예 처분을 각각 받았다. 선고유예자 이충래(72)씨는 서울남부지검이 올해 초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은 확정판결로 사건이 종결됐지만 중대한 문제가 발견돼 재판을 새로 여는 것을 말한다. 무죄 선고를 위한 절차다.
또한 세계일보는 군 검찰 기록과 5·18민주화운동 자료총서 등을 종합해 기소유예자 총 138명 명단을 확인했다. 이는 일부 지역 자료인 만큼 실제 피해자는 수백명을 헤아릴 것이라고 법조계는 추정했다.
특별기획취재팀 조현일·박현준·김청윤 기자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