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에 가상화폐 시장이 초토화됐다. 금리인상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급냉시킬 수 있는 만큼, 금리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그간 거품이 끼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가상화폐 시장의 조정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옐런 장관은 지난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현재보다 약간 더 높은 금리 환경을 갖게 된다고 해도 이는 사회적 관점과 미연방준비제도(연준)의 관점에서 보면 보탬이 될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정상적인 환경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금리인상이 비정상적 상황을 완화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이는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옐런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은 G7 중에서 미국이 처음이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데다 경제 1위 대국 미국의 금리 인상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의 금리인상의 주요 요인이 되기 때문.
특히 가상화폐 시장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중앙은행이 초저금리 정책을 통해 유동성이 넘쳐났기에 급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한다면 가상화폐 시장의 급성장은 조정 국면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우려로 비트코인은 8일 오전 급락했다. 8일 오전 6시10분(한국시간)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3.96% 하락한 3만446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은 같은 시각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2.31% 하락한 264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상화폐들이 급락했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8시59분 기준 24시간 전보다 6.50% 하락한 3906만4000원에 거래됐다. 이더리움도 24시간 전 대비 4.40% 하락한 302만1000원에 거래됐다.
한편, 지난 5월 가상화폐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가상화폐 거래소 애플리케이션 사용량도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기준 전체 성별·연령대의 5월 월간 업비트 앱 총 사용 시간은 7704만6641시간(1인당 평균 43시간 21분 45초)으로, 한 달 전(7594만5천283시간)보다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거래 규모로 따졌을 때 국내 거래소 가운데 확고한 1위를 지키는 업비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코인 투자 광풍에 힘입어 앱 사용 시간이 급격하게 늘었다. 업비트 앱의 총 사용 시간은 작년 12월 500만2364시간에서 올해 1월 985만7966시간으로 97.1% 급증했다. 업비트 앱은 3월(4134만4천47시간)을 지나면서도 사용 시간이 2배가 됐고, 4월(7594만5천283시간)까지도 전월 대비 83.7%라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5월 현재도 업비트의 사용 시간은 전체 금융 부문 앱 가운데 1위에 올라있지만, 사용 시간 증가율은 1.5%로 급락했다.
코인 앱 사용 시간 감소세는 거래소 업계 2위인 빗썸에서 더 두드러졌다. 빗썸 앱 사용 시간은 작년 12월 206만5545시간에서 올해 1월 371만8575시간으로 80%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이후 증가율이 점차 줄더니 지난달에는 991만4496시간으로, 4월(1190만3579시간)보다 16.7% 줄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