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전날 만남 사실을 공개하면서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견해차를 상당히 좁혔다”고 말했다. 총장 임명 전까지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된 김 총장이 법무부가 추진하는 직제개편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지 얼마 안 돼 박 장관이 제의한 만남임을 감안하면 박 장관이 대검찰청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뜻인지 결과가 주목된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대검의 직제개편안 반대 입장에 대해) 워낙 심각한 문제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뵙자고 그랬고 (김 총장이) 흔쾌히 응하셨다”며 “법리 등 견해차가 있는 부분에서 상당 부분 좁혔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전날 저녁 8시부터 4시간가량 만났으나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대검은 전날 법무부가 주도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이 법령에 어긋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검찰의 수사 개시를 보장하고 있는데, 하위법인 시행령에 사전 승인 절차를 두는 건 법체계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김 총장을 만나 검사장급 이상 검찰 인사와 직제개편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에도 이 같은 직제개편안을 고수하겠다는 인상을 내비쳤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먼저 제안해 김 총장을 만난 것이다.
다만 ‘좁혀진 견해차’를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논란이 된 장관 승인 부분에 대해 박 장관은 “법리 등 견해차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부분 이견을 좁혔다”고 말했지만, 시행령이 아닌 예규로 직접수사 관련 통제를 강화하자는 대검의 제안이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법조계 일각에선 법무부가 한 발 후퇴해 경제범죄·민생범죄에 한해 일선 지검의 형사부가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