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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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성접대' 단죄 못해…檢 '제 식구 감싸기' 흑역사

잇단 무혐의 처분에 시효 넘겨…면소 판결 대법원서 확정

'별장 성접대 동영상'으로 큰 파문을 낳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의혹 제기 8년여 만인 10일 성범죄 혐의에 대해 면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공소시효를 넘겨 더는 수사나 재판이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이 사건은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이 법무 차관에 내정된 직후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검찰 고위급 간부의 성범죄 의혹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지만, 수사는 좀처럼 검찰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찰이 발 빠르게 수사에 착수해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반려했다. 경찰이 방문 조사까지 벌여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번에는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한 피해 여성이 직접 나서 특수강간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고소했지만, 이것도 무시됐다. 검찰은 마찬가지로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고 재정신청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했다.

그대로 묻힐뻔한 김 전 차관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4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수사 권고로 불씨가 살아났다.

김 전 차관은 수사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자 해외로 심야 출국을 시도했다가 비행기 탑승 직전 제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김 전 차관은 "도피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선글라스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포착됐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의혹 제기 6년여만인 2019년 6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성접대 혐의는 이미 10년의 공소시효를 넘겨 처벌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검찰은 성접대를 뇌물로 간주해 공소시효가 남은 다른 뇌물 혐의와 묶어 '포괄일죄'로 기소하는 묘안들 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의 실체가 있다고 봤다. 성접대가 이뤄진 역삼동 오피스텔 사진과 성접대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함께 묶여 기소된 뇌물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남은 성범죄 혐의는 다시 공소시효에 막혀 면소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에서도 이 같은 판단이 유지됐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2013∼2014년 검찰의 거듭된 무혐의 처분이 결국 김 전 차관에 대한 면죄부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전 차관의 성접대 면소 판결 확정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검찰 흑역사의 한 줄로 남게 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