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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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 ‘김학의 수뢰혐의’ 파기환송… 檢 부실수사 돌아봐야

대법원이 어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유죄 판결의 근거인 사업가 최모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서 받은 뇌물·성접대 혐의는 하급심에서 면소 또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최씨에게서 받은 4300만원에 대해서는 혐의를 벗지 못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연예인 아들을 의식해 진술하지 않다가 송금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자 증언을 번복한 것을 유죄 근거로 인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아 진술을 바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증인에 대한 회유 등이 없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뇌물 혐의는 무죄 선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뇌물·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이 어렵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이 확정됐다.

떠밀리듯 뒷북 수사에 나서면서 공소 시효까지 놓친 검찰의 책임이 크다. 이른바 ‘성접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기회는 많았다. 의혹이 제기된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수사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 무혐의 처리했다. 피해자 증언과 동영상 등 증거를 외면하고, 계좌추적·통신조회 등 기초적 수사도 미적댔다. 김 전 차관 이외의 전직 검찰 간부에 대한 스폰서 의혹, 청와대 외압 의혹 등 수사도 흐지부지됐다. 결국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수사를 지시했지만 특별수사단의 3차례 ‘셀프 수사’마저 성과를 내지 못한 꼴이 됐다. ‘수뢰’라는 별건으로 2심에서 승소했지만 이마저도 무위에 그칠 처지다.

검찰 수사단은 “유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철저한 보강 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와 별도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내야 한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사법적 단죄와 정권 차원의 불법출금 의혹 수사는 사안이 다르다.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과 이규원 검사의 공소장에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관여한 정황을 적시했다고 한다. 또다시 ‘윗선’ 수사가 용두사미에 그치면 검찰에 대한 불신만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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