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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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즙 나오는 고기 아닌 고기… 먹을 만했다 [S 스토리]

대체육 체험 해보니
대부분 유통 식품들 맛·식감 비슷
끝맛은 콩 맛… 일부 냄새 거부감
“고기 대신 10번 중 8번 먹을 의향”

고기 없는 가짜 고기, ‘대체육’이 주목받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육식=환경파괴’란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각종 생활습관병(성인병)을 유발하는 육식을 지양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 대체육 시장 규모는 1700만달러 수준으로 미국(10억달러), 영국(6억1000만달러) 등 글로벌 선도국과 비교하면 미약하지만, 푸드테크 스타트업 중심으로 대체육 관련 기술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체육 업체들은 ‘고기보다 더 맛있다’, ‘고기 아니니까 그만 물어보라’며 제품을 홍보한다.

 

호기심이 생긴다. 대체육이 정말 고기와 똑같다면 안 먹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스스로 ‘육식을 적당히 즐기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기자는 대체육의 고기 대체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가장 처음 맛본 대체육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떡갈비였다. 쇼핑몰 리뷰가 대체로 호평이어서 기대가 높았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떡갈비를 올렸다. 재료를 뭉치게 하려 넣은 전분 때문인지 찐득한 느낌이 있었지만 모양은 고기 같았다.

 

문제는 냄새였다. 고기 냄새나 주재료인 콩 내음도 아니고 다른 식재료 냄새도 아니었다. 요리하면서 단 한번도 맡아본 적 없는, 부자연스럽고 화학적인 향이었다. 원재료를 살펴보니 콩 비린내를 잡고 고기처럼 만들기 위해 들어간 복잡한 이름의 첨가물이 잔뜩이었다.

 

조심히 베어 물었다. 식감은 보통의 시판 떡갈비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문제의 냄새가 입으로 들어오자 맛을 느끼기도 전에 식욕이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두 입을 넘기고 식탁에서 치우고 말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도 포기는 일렀다. 다음으로 도전한 대체육은 너겟과 맛있다고 소문난 슬라이스 제품이었다. 전날 당황스러운 기억 때문에 불안감을 갖고 조리했다. 우려와 달리 둘 다 기대 이상이었다. 너겟은 향과 맛이 닭고기 너겟과 거의 비슷했다. 짭짤한 튀김옷 공이 커 보였다. 적당한 탄성과 입 안에서 부서지는 질감도 제법이었다.

 

슬라이스를 구워봤다. 비주얼이 돼지불고기와 흡사했다. 베어 물 때 결대로 쭉 찢어지는 느낌도 고기랑 비슷했다. 끝맛은 역시 콩 맛이었으나 전날 먹었던 제품들처럼 견디기 힘든 냄새는 없었다. ‘양념해 요리하면 얼추 고기 같겠다’는 생각에 조금 감탄했다.

 

마지막으로 구입한 간고기는 미국 양대 대체육 회사 중 한 곳의 제품을 직수입한 것이었다. 햄버거 패티처럼 만들어 구웠는데, 떡갈비의 악몽 탓에 긴장이 됐다. 패티를 구울수록 고기와 비슷한 고소한 냄새가 나더니, 진짜 고기처럼 붉은 육즙이 흘러나왔다. ‘역시 대체육 선도국의 기술은 다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식감도 고기와 매우 비슷했다. 끝맛은 예외 없이 콩 맛이었지만, 고소한 냄새 때문인지 지금까지 먹어본 대체육 중 고기 같은 느낌이 가장 강했다.

 

환경과 건강을 위해 고기 대신 대체육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열에 여덟 번, 너겟·햄버거 등 가공식품이나 불고기 등으로 요리해 먹는 경우 대체 ‘가능’. 나머지 두 번은 인생의 행복을 위해 ‘진짜 고기’를 먹기로 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