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될 리 없다”는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의 예측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앞서 진 전 교수는 지난달 8일 출마의사를 밝힌 당시 이 후보를 향해 “될 리도 없지만 된다면 태극기 부대에서 작은고추 부대로 세대교체를 이루는 셈”이라며 그의 당선 가능성을 일축한 바있다. 아울러 그는 “작은고추 부대는 태극기 부대의 디지털 버전”이라며 “총선을 겨냥해 인지도나 쌓으려나 본데, 그런 식으로 하면 다음 선거도 낙선은 확정”이라지적했다. 이어 “안티페미(반여성주의) 표가 얼마나 초라한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일각에서는 진 전 교수가 이 신임대표와 ‘페미니즘 대첩’을 펼치면서 그를 당대표 주자로 키워준 것에 대해 진 전 교수의 공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이 신임대표는 GS사태를 비롯해 젠더 갈등 이슈에 대해 목소리 내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 전 교수와 설전을 벌여왔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이 신임대표는 2030세대 남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는 당시 오 후보의 유세차에 2030세대 남성들을 태워 즉석연설을 하게 하며 호응을 끌어냈다.
이 신임대표가 주목 받는 것은 비단 젠더 이슈에 대해서만 목소리만 냈던 것만은 아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박근혜 키즈, 0선 중진, 방송인, 미국 아이비리그 하버드 출신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2011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권에 발을 들인 그는 10여년간 토론·예능 등 방송에 숱하게 출연하며 기존 정치인들과의 문법을 달리했다. 그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토론배틀을 통해 대변인을 뽑는다고 말했다.
이런 이력을 갖춘 이 신임대표이기에 그가 제1야당 대표로 오른 것은 외신들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도 놀란 기색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 신임대표에 전화를 걸어 “아주 큰 일을 하셨다. 훌륭하다”며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변화하는 조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인 교도통신은 이날 “정계에서 실적이 적은 30대가 대표로 선출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통신사인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보수 야당이 내년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 젊은이를 선택했다”며 "이준석 대표는 한국의 주요 정당 역사에서 가장 젊은 지도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 후보는 이날 수락 연설문에서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저는 다양한 대선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