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가 첫 공개 행보로 천안함 희생장병 묘역을 찾는다. 통상 정치권 인사들이 당선 직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순국선열 및 전직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던 관행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대표는 13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이준석 체제’ 핵심 당직 인선 작업에 몰두했다.
이날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대표는 14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희생장병 묘역에 참배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당초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뒤 전동킥보드로 국회에 출근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또래였던 희생 장병들의 넋을 먼저 기리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행보는 ‘어린 대표’ 이미지의 불안함을 털어내면서 보수의 전통적 가치인 ‘안보’ 챙기기로 안정감을 주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최대 지지기반이 병역 문제에 민감한 2030세대 남성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특히 천안함 희생장병 묘역 참배 뒤 철거건물 붕괴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보수정당의 당 대표가 공식 일정 첫날 광주를 찾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외연확장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김기현 원내대표와 국회에서 만나 본격적인 당직 인선 논의에 들어갔다. 경선 과정에서 특정 계파(유승민계)로 거론되며 경쟁 후보의 공격을 받았던 이 대표로선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인사를 얼마나 공정하게 배치하느냐가 최우선 과제로 꼽혀왔다. 당 정책을 총괄할 정책위의장의 경우 3선 김도읍 의원, 재선 성일종 의원, 초선 유경준·윤희숙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 살림을 책임질 사무총장에는 4선 권성동·박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 대표는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자리에 파격적 이미지의 본인과 달리 경륜을 보완할 중진 의원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핵심 당직 인선은)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구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첫 당직 인선으로 초선 황보승희 의원과 서범수 의원을 각각 수석대변인과 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내정했다. 황보 의원은 국민의힘 청년 기구 청년의힘 대표를 맡고 있다. 58세로 이 대표보다 22살이 많은 서 의원은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을 역임하는 등 초선 중에서도 경륜이 두터운 편이다.
30대 당 대표 탄생과 함께 이 대표를 향한 이색 인터뷰 질문과 답변도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미혼이신지” 묻는 진행자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이에 “여자친구는 있는지” 질문이 이어지자 “그런 개인적인 거 계속 물어보면 안 된다”고 받아쳤다. 진행자가 “당 대표니까 관심사니까”라고 재차 묻자 이 대표는 “이제는 공적인 인물”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또 “킥보드 타고 다니는 당 대표, 지하철 타는 당 대표라고 뉴스가 쏟아질 것 같다”는 언급에 이 대표는 “킥보드 규제가 강해져서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도 국회에 출근하면서 따릉이를 이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편, 이 대표는 당선 다음 날이었던 지난 12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만나 합당 문제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