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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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밀집수비 깬 벤투號, 무패로 최종예선行

카타르월드컵 亞2차예선 H조

교체투입 남태희 등 활발한 공격
손흥민에 집중된 견제 분산시켜
선제 실점 불구 동점·역전골 성공
손, 에릭센 쾌유기원 골세리머니
올림픽대표팀, 가나 평가전 승리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3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최종전에서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넣고 있다. 고양=뉴시스

밀집수비 격파는 상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아시아 팀들과 수없이 싸워야 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오랜 숙제다. 때로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며 월드컵 예선이나 아시안컵 등 지역 대회에서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시대 대표팀은 기대를 걸 만한 요소가 있다. 다름 아닌 손흥민(29·토트넘)이라는 세계 최정상급의 공격 무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팀을 상대로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충분히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낼 수 있고, 그 틈을 이용해 대표팀이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손흥민이 13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최종전에서 이를 보여줬다.

한국은 지난 5일 투르크메니스탄전, 9일 스리랑카전에서 나란히 5-0 승리를 거두며 이미 3차 예선행을 결정한 바 있다. 그래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앞선 투르크메니스탄전에 출장했던 손흥민, 황의조 등 주전들을 대거 내세워 승리에 욕심을 냈다. 다만,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경기가 아니었던 탓에 수비에서는 다소 느슨했고 결국 전반 12분 상대의 역습에 예상치 못했던 선제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이 실점이 나온 뒤부터 한국은 밀집수비와 맞서 싸워야만 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의 공격작업이 골문 앞에 들어찬 6~7명 이상의 레바논 수비에 걸리는 장면이 계속해서 나온 끝에 전반이 0-1로 끝났다.

이 답답함을 손흥민이 깼다. 그의 진두지휘 속에 후반에만 대표팀이 2골을 터뜨린 것. 단순히 에이스 혼자 힘으로 만든 성과는 아니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황의조와 2선의 송민규, 권창훈, 후반 교체 투입된 남태희 등이 활발한 공격으로 손흥민을 향한 집중 견제를 분산시켰다.

결국, 동점골이 나왔다. 손흥민의 오른쪽 코너킥을 송민규가 골 지역 정면에서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이 슈팅이 레바논 수비수를 맞고 자책골이 됐다. 여기에 후반 20분에는 결승골이 터졌다. 순간적으로 중원에 내려온 손흥민 앞에 공간이 열렸고, 그는 폭발적인 드리블로 골문 앞까지 공을 운반해 남태희에게 침투 패스를 보냈다. 이후 남태희가 상대 수비를 제치는 과정에서 레바논의 핸드볼 반칙이 나와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이를 손흥민이 골로 연결했다. 득점 뒤 그는 곧바로 중계 카메라로 달려가 손가락으로 ‘23’을 만들고 이날 새벽 유로 2020 경기에서 실신한 전 팀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쾌유를 비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 득점으로 한국은 2-1 승리를 거두고 무패로 3차 예선으로 향했다. 승리뿐 아니라 밀집수비에서 에이스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힌트를 얻은 경기이기에 의미가 컸다.

한편,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하루 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주장 이상민의 선취골로 1-0으로 앞서 상황에서 수비수 김진야가 퇴장당해 10명이 싸우는 악재 속에서도 공격 라인을 재정비해 이승모, 조규성이 연속골을 터뜨렸다. 다음 달 도쿄올림픽 본선을 준비하는 올림픽대표팀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좋은 예행연습이 됐다.

 

고양=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