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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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 “아직은 나의 시대”… 프랑스 오픈 제패하며 19번째 메이저 타이틀

노바크 조코비치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에 역전승을 거두고 환호하고 있다. 파리=AP뉴시스

세계 남자프로테니스는 길고도 긴 '빅3' 시대를 보내는 중이다. 다만, 최근 들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40대에 접어든 로저 페더러(40·스위스·세계랭킹 8위)는 노쇠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라파엘 나달(35·스페인·3위)도 예전같은 압도적인 모습은 덜하다. 이런 흐름 속에 '빅3 시대'를 마지막까지 지탱하는 선수가 노바크 조코비치(34·세르비아·1위)다. 차세대 스타들의 도전 속에서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는 그는 올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도 우승하며 '아직 빅3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테니스팬들에게 알렸다.

 

여기에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2021 프랑스오픈마저 제패했다. 14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2·그리스·5위)에게 3-2(6-7<6-8> 2-6 6-3 6-2 6-4)로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상대인 치치파스는 20대 초반의 차세대 도전자군중 최근 가장 뜨거운 상승세를 보이고 선수. 준결승에서 숙적 나달과 혈전을 펼치고 올라온 조코비치로서는 부담되는 상대였다. 결국, 조코비치는 치치파스의 기세에 밀려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주고 말았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치치파스에게 0-4로 뒤지다 6-5로 역전까지 가져갔지만, 이후 연달아 3실점 하며 첫 세트를 잃었다.

 

기세가 오른 치치파스는 2세트 초반부터 조코비치를 일방적으로 두들겼다. 누가 봐도 치치파스의 승리, 조코비치의 패배가 예상되는 흐름이었다.

노바크 조코비치가 14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1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를 상대로 강타를 때리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그러나, 이때부터 통산 메이저 우승 18회의 관록이 빛났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반격을 위한 게임플랜을 실행하기 시작한 것. 2세트 후반부터 움직임을 눈에 띄게 줄이며 체력을 비축한 뒤 3세트부터의 대반격을 준비했고, 3세트 이후로도 잡아 내야할 게임과 내줄 게임을 철저히 구분해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3세트 게임스코어 2-1로 앞선 상황에서 펼쳐진 네 번째 게임은 조코비치의 이런 운영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치치파스가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초반 난조를 보이자 기회를 잡았다 판단해 거세게 몰아붙였고, 8분여의 듀스 혈전 끝에 끝내 브레이크를 해냈다. 이후 자신의 서브게임을 철저히 지키는 전략으로 3세트를 잡아냈다. 여기에 4세트는 첫 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이 우세를 굳혀 끝내 풀세트로 경기를 몰고가는데에 성공했다.

 

조급해진 치치파스는 마지막 5세트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경기 초반의 패기를 보여주지 못한 그는 게임스코어 1-1에서 서브 게임을 지키지 못했고, 역시 조코비치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6-4로 5세트를 잡아내 4시간11분에 걸친 대혈전을 끝냈다.

노바크 조코비치가 14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1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를 꺾고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이로써 조코비치는 자신의 통산 19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해 라이벌 페더러, 나달이 공동으로 갖고 있는 남자 선수 역대 최다인 20회에 1회 차이로 추격했다. 

 

라이벌들을 앞서는 기록도 갖게 됐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자신의 두 번째 프랑스오픈 우승을 달성하며 4대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을 모두 2번 이상 우승한 역대 세 번째 선수가 된 것. 프로선수의 메이저 출전이 허용된 1698년 ‘오픈시대’ 개막 이후로는 조코비치가 최초다. 페더러는 프랑스오픈, 나달은 윔블던에서 1번만 정상에 올라 이 위업을 이루지 못했지만, 조코비치는 끝내 2번째 프랑스오픈 우승을 달성해 테니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먼저 남겼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