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에) 가장 적합한 지도자, 원로 정치인은 카터 대통령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아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제안한 연설 자료(사진)를 14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는 김 전 대통령이 1994년 5월12일 미국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한 연설과 질의응답이 담겼다. 당시 북한이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북핵 위기가 커지던 시점이었다.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 사이의 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하며 1994년 봄부터 북한이 ‘서울 불바다’ 발언과 핵 활동 재개 선언을 이어가는 등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제안하며 “카터 대통령은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한 대통령”이라며 “그가 (방북에) 아주 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카터 대통령을 오랫동안 칭송해왔기 때문에 방북을 기대할 것”이라며 “미국이 이런 원로 지도자를 북한에 보내면 김일성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어떤 결정적 양보를 끌어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법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 측 대사관이 북한에 있다면 무수한 기업인들이 북한에 투자하고 수많은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해 분위기를 크게 변화시켜 북한을 중국 같은 입장으로 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도서관 측은 자료에 담긴 연설 이후 1994년 6월15일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과 회담하면서 한반도 전쟁 위기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