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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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참배 후 광주行… 이준석, 첫날부터 광폭·파격 행보

취임후 공식일정 소화한 첫날부터
지도부와 대전현충원 참배로 시작
“보수정당이 보훈 문제 처리 미흡,
반성·개선하겠단 의지 담아 방문”
천안함 유족 만나선 또 다시 눈물
광주선 ‘철거 참사’ 재발방지 촉구
“5·18이후 세대로 아픈역사 공감”
서울 돌아온 뒤엔 첫 최고위 주재
“우리의 파격이 여의도 표준 돼야”
의총선 ‘90도 인사’… 의원들 환호
국회의장 예방 자리선 ‘협치’ 의지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오른쪽)가 14일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희생자 유족을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간 내내 돌풍을 일으키며 끝내 당권을 거머쥔 이준석 대표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을 소화한 14일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새벽 서울을 출발해 대전을 찍고 광주를 거쳐 서울로 다시 올라오고, 잇단 회의 주재·참석과 국회의장 예방을 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지금까지 보인 모습과 마찬가지로 ‘파격’의 연속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5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전행 버스에 올랐다. 그는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과 서해수호 희생 장병 묘역 등을 참배했다. 그는 방명록에 “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은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통상 정치권 인사들의 취임 후 첫 방문지는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이지만 이 대표는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으로 희생된 장병들이 잠든 대전현충원을 찾는 파격을 택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이틀 전 국방부 앞에서 열린 천안함 생존 장병과 유가족들의 시위 현장을 찾아가 눈물을 흘린 바 있다.

 

대전현충원을 찾은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그간 국민의힘이) 보수정당으로서 안보에 대한 언급은 많이 했지만, 보훈 문제나 여러 사건·사고의 처리에 관해서 적극적이지 못했던 면이 있다”며 “그런 부분을 상당히 반성하면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대전현충원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도 천안함 희생 장병의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아들이 고등학생인데 상처를 많이 받았다’, ‘아이들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 달라’는 말을 들은 뒤 눈시울을 붉혔다. 이 대표는 천안함 유족들에게 “(천안함 사건이) 10년이 넘었는데도 (해결을 못해) 마음 아프게 해드린 것을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광주 동구청에 마련된 철거건물 붕괴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이후 철거건물 붕괴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광주로 향했다. 보수정당의 대표가 공식 일정 첫날부터 광주를 찾은 것 역시 파격 행보로 평가받는다. 이 대표는 광주 동구청에 마련된 학동4구역 철거현장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5·18 이후 태어난 첫 세대의 대표로서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며 “광주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용섭 광주시장과 만나서는 “광주시민들의 아픔이 큰데, 야당으로서 협조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하겠다”며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로 돌아온 이 대표는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그릇이 돼야 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우리의 언어가 돼야 한다”며 “오늘부터 우리가 행하는 파격은 새로움을 넘어 새로운 여의도의 표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공유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 산업을 언급하며 “젊은 세대에겐 이미 친숙하지만, 주류 정치인들에게 외면받았던 논제들을 적극 선점하고 다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 12일 첫 국회 출근길에 백팩을 맨 채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나타나 화제가 된 바 있다.

 

14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이준석 신임 당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대외 행보에서 파격의 연속을 보이고 있는 이 대표는 당내 관계에선 기존 ‘여의도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는 김 원내대표와 상견례 자리에서 90도로 인사하는 등 깍듯하게 예우하는가 하면, 당직 인선에서도 속도를 내기보다는 지도부의 중진들과 긴밀히 상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참석한 의원총회에서는 “우리 당 중심의 야권대통합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에 맞설 빅텐트를 치는 게 제 소명”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의원들을 “당 중추”라고 부르며 협조와 지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발언을 마친 뒤 90도로 숙여 인사했을 때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 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국가적 위기 상황인 만큼 야당도 협조하겠다”며 여야 협치에의 의지를 내비쳤다. 박 의장은 “이 대표의 취임은 한국 정당사에 한 획을 긋는 역대급 사건”이라고 덕담을 건넨 뒤 “(국회가) 국민을 중심으로 하는 협치와 소통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외·대내적으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이 대표의 전략을 놓고 정치권에선 당의 외연 확장과 내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압도적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뭘 해도 다 긍정적 결과를 낳는 것 같다”고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