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2020년 ‘노인학대 판정’ 전년 대비 1016건 급증… 88%가 ‘가정 내’에서 발생

가해자 절반 이상이 '아들' '배우자'
"노인 인구 증가로 학대도 늘어"

2020년 한 해 동안 노인학대로 판정된 사례가 전년 대비 1000건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5회 노인학대 예방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1만6973건의 노인학대 의심 신고 중 6259건이 ‘학대 사례’로 판정됐다. 이는 2019년 5243건(학대 의심 신고 1만6071건)이 학대 사례로 판정됐던 것보다 1016건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노인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가정 내’(5505건, 88%)로, 4450건이었던 2019년보다 1055건 증가했다. 이어 ‘생활시설’(521건), ‘이용시설’(92건), ‘공공장소’(39건) 등의 순이었다. 최근 5년(2016년∼2020년)간 ‘학대발생장소별 노인학대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정 내 학대가 2만2499건으로 87.9%에 달했다. 

 

노인학대는 ‘아들’과 ‘배우자’에 의해 가해지는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 노인학대행위자별 현황을 보면, 총 2만7878건 중 ‘아들에 의한 학대’가 9389건으로 3건 중 1건(33.7%)가량을 차지했다. ‘배우자에 의한 학대’ 7641건(27.4%), ‘기관 관계자에 의한 학대’ 3825건(13.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노인학대 피해자는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여성노인 대상 학대는 최근 5년간 발생한 노인학대(2만5592건) 중 74.5%(1만9071건)에 달했다. 남성노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는 6521건이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노인학대 의심 신고 건수는 총 7만3844건으로, 이 중 노인학대 판정 건수는 2만5592건(34.7%)이다. 최근 5년간 하루 평균 약 14건의 노인학대가 발생한 것으로, 학대의심 신고 3건 중 1건은 학대 사례였던 셈이다. 학대의심 신고는 지난 5년간 하루 평균 약 40건씩 접수됐으며, 2016년 32.9건, 2017년 36.4건, 2018년 42.4건, 2019년 44건, 지난해 46.5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 입소·이용자는 총 1220건으로 전년(1143건) 대비 일부 증가했으나, 1300여건을 기록했던 2016∼2017년보단 여전히 입소·이용률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인 의원은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노인학대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학대피해노인에 대한 즉각적인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데,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 이용 현황 등을 살펴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현행 노인복지법은 학대피해노인 권리보호와 지원보다는 학대행위 금지와 처벌 위주로 구성돼 있다 보니 보호와 지원에는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