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와 남서부 지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가뭄, 산불, 전력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낮 최고기온은 46도(화씨 115도)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주와 몬태나주, 와이오밍주에도 15일 낮 최고기온이 43도까지 올라 종전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폭염은 이번주 내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애리조나주와 네바다주는 역대 최고기온인 53.3도와 51.7도를 각각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기네스 기록에 등재된 세계 최고기온은 1913년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에서 기록된 56.7도다.
기록적 더위가 닥칠 것으로 예보되면서 현재 미 서부를 중심으로 4800만명에 폭염 경보·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미 국립기상청은 고온이 열 경련과 탈진, 열사병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주 폭염 위험은 특히 심각하다고 NYT는 전했다. 해가 진 뒤에도 고온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미 미 서부 지역이 2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폭염은 산불 우려도 키우고 있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2만700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해 3373㎢가 넘는 면적이 불탔다. 서울 면적(605.25㎢)의 다섯 배가 넘는 규모다. 같은 기간 2만1220건의 화재가 나 2663㎢가 불탄 지난해보다 피해 규모도 커졌다. 가뭄으로 저수지나 호수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고 초목이 바짝 마르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전력망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주민들에게 전력 사용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정전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 2월 혹한 당시 400만가구의 정전 사태를 빚었던 일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기록적인 가뭄 와중에 닥친 이번 폭염은 미국 전력망에 대한 올해 첫 ‘스트레스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