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촉구했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집단안보 체제인 나토가 북핵 문제에 관해 이토록 강한 목소리를 낸 건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나토는 또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위협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며 회원국들에게 “중국의 부상이 안보에 야기하는 도전들에 함께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나토 회원국 30개국 정상은 14일(현지시간)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회의를 한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성명에서 북한에 핵전력과 탄도미사일을 폐기할 것을 종용했다. 이어 CVID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19년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은 북한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공동성명에 들어간 CVID는 북한이 강력한 거부감을 표시해 한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용을 자제했던 표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후 나온 공동성명은 물론 최근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쓰인 문구보다 강도가 훨씬 높다. G7 성명의 경우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무기 포기’라고 적시하는 데 그쳤으나 나토는 여기에 ‘완전한’을 추가했다.
중국과 관련해 나토 정상들은 “중국의 야심과 강력히 자기 주장을 하는 행동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 및 동맹 안보와 관련된 영역에 구조적 도전을 야기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중국이 3대 핵전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핵무기를 확충하고,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향해 “국제적 약속을 지키고 우주, 사이버, 해양 분야를 포함하는 국제 체제 내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중국과 신냉전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동맹으로서, 중국의 부상이 우리의 안보에 야기하는 도전들에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처음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도 “나토는 중국과 러시아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사절단 대변인은 15일 중국의 국방정책을 ‘방어적’이라고 규정하며 전 세계에 퍼진 군사기지와 항공모함으로 무력을 과시하는 건 바로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베이징=정재영·이귀전 특파원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