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미국 영주권 취득을 위해 많이 이용하는 투자이민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법인에 최소 90만달러(약 10억원)를 투자한 외국인한테 영주권을 주는 EB-5 비자 프로그램을 이달 말 종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 제도를 이용해 30여 년에 걸쳐 400억달러 넘는 부동산 개발 자금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연방의회 일부 의원이 이 프로그램의 연장에 이견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EB-5 신청자들이 낸 투자금을 미 기업들이 쓸 수 있게 분배하는 지역센터 프로그램은 이달 말이면 끝난다. 그때까지 의회가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종료된다. EB-5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이 제도를 활용해 영주권 신청을 한 외국인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 의회에서 농촌을 포함해 저개발 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EB-5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 자금이 상대적으로 개발 속도가 느린 지역 발전에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뉴욕 등 대도시 출신 의원들은 외국인 투자 자금이 미국 전역에 걸쳐 차별 없이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선다.
미 의회에서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공화·아이오와)과 패트릭 레이히 상원의원(민주·버몬트)은 EB-5 프로그램 이용자와 이 자금을 이용한 투자 내용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히 의원은 이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영주권과 관련한 사기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외국인 투자금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었다.
뉴욕에 지역구를 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일단 17일 레이히 의원 등과 만나 타협안을 마련하겠다고 미 언론에 밝혔다. 슈머 원내대표는 EB-5 지역센터 프로그램이 이달 말 종료되도록 놔둔 뒤 가을에 이를 부활해 내년 예산 패키지 법에 다시 끼워넣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에서는 다수 중국인이 자녀의 미국 유학 등을 목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악용해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 이용자 중에는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WSJ가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