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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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때문에 걸리는 ‘만성 췌장염’…췌장암 발전 가능성 ‘심각’

정상 기능으로 회복되는 ‘급성 췌장염’과 달리 정상으로 회복 안돼
‘췌장암’ 악화 가능성, 정상인보다 8배↑…다양한 ‘합병증’도 유발
80%가 술로 인해 발병…달리 예방책 없고 금주‧절주만이 예방책

 

 

트립신 등 췌장 효소에 의해 췌장 분비샘이 파괴되거나 췌장에 국소적 혹은 전체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췌장염.’ 이 질환은 보통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으로 구분된다.

 

급성 췌장염은 췌장에 급성 염증이 생기지만 회복 후 췌장이 정상 기능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만성 췌장염은 급성과 달리 췌장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다.

 

특히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정상인보다 8배 높아지기 때문에 치명적인 질환이다. 

 

췌장암은 얼마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영웅이자 프로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유상철 명예감독이 사망한 원인이다. 미국의 유명 IT기업 애플의 창업자이자 대표였던 스티브 잡스도 이 병으로 사망했다. 

 

췌장암은 명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조기 진단과 치료, 예방이 어려워 ‘침묵의 살인자’라는 악명이 붙은 질환이다. 5년 생존율이 12.6%에 불과할 정도다. 이러한 췌장암의 위험 요인에 만성 췌장염이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췌장은 ‘이자’라고도 부르며, 길이가 15㎝ 정도인 가늘고 긴 장기다. 위 뒤쪽에 위치해 십이지장과 연결되고 비장과 인접해 있다. 췌장은 음식물 소화를 돕는 기능과 인슐린‧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질환이 췌장염이다. 발병 원인은 담석과 술이다. 담낭(쓸개)에서 나온 담즙이 딱딱하게 굳어 만들어지는 담석이 담관(담즙 통로)을 통해 췌장에 이르러 담관‧췌관을 막으면 담즙과 췌장액이 역류해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술이 췌장염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술을 마시면 췌장액 안의 단백질이 양이 많아지고 끈적해져 췌장액 흐름을 방해해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급성 췌장염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야 할 정도로 극심한 복통과 함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중증 급성 췌장염은 췌장 괴사나 농양, 가성 낭종 같은 국소 합병증, 폐 기능 부전, 저혈압 쇼크 등 전신 합병증까지 일으킬 위험이 아주 크다.

 

만성 췌장염은 오랫동안 술을 마신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대표적인 특징은 상복부 통증이다. 다만 통증 정도와 주기는 개인차가 있다. 음식을 먹으면 통증이 더 심해지고, 황달도 나타날 수 있다. 소화되지 않은 지방이 그대로 대변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만성 췌장염의 가장 큰 문제는 급성과 달리 췌장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췌장이 80% 정도 파괴될 때까지 증상이 없을 때가 많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췌장이 상당히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다. 

 

췌장염 진단은 통증 파악 후 원인이 될 수 있는 담석증 유무와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혈액검사로 췌장에서 분비되는 효소 수치를 측정하고, 복부 초음파, CT 검사를 시행한다. 추가로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 내시경 초음파검사 등을 진행해 원인을 찾기도 한다.

 

급성 췌장염 환자의 90% 정도는 초기에 입원해 금식하고 수액 치료를 받으면 큰 합병증 없이 7일 이내 낫는다. 하지만 환자의 25%는 췌장염이 재발하므로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고 합병증 예방에 힘써야 한다.

 

만성 췌장염은 금주가 필수다. 통증 조절과 손상된 췌장 기능을 보충하기 위해 췌장 효소, 인슐린 투여 등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동반된 합병증을 내시경이나 수술로 치료할 수 있고 합병증이 생겼다면 평생 관리해야 한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