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국산 FA-50 전투기, 북한 제압할 최강 무기 되나 [박수찬의 軍]

공군 FA-50 편대가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해 2005년부터 실전배치된 T-50 훈련기는 미래에 전투용 항공기의 전환을 고려, 훈련기 중에서도 높은 성능을 갖췄다.

 

이를 토대로 2013년 전력화된 FA-50은 노후한 F-5 전투기 중 일부를 대체, 지상군에 대한 공중지원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FA-50의 교전 능력을 놓고 우려가 적지 않다. 전투 기술의 발달로 전장이 넓어지면서 ‘적의 위협 밖에서 표적을 먼저 발견, 공격하는’ 능력이 중시되고 있지만, 현재의 FA-50은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난 속에서도 전력증강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은 이같은 우려를 부채질한다.

 

2008년 군 정보당국은 북한이 우리 군의 근적외선 섬광탄을 무력화할 새로운 센서(유도장치)를 갖춘 공대공·지대공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공군 미그-21 전투기 등과 공중전을 벌이게 되면, FA-50이 확고한 우위를 차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FA-50의 무장을 강화해 공군력을 증강하고, 새로운 항공무장을 원하는 해외의 잠재적 고객 수요를 충족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군 FA-50이 시험비행을 위해 남해안 상공을 날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정거리는 25㎞ 수준…공중전 능력 보강 시급

 

현재 FA-50에서 운용중인 항공무장은 AIM-9L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MK-82와 MK-20, CBU-38 폭탄과 AGM-65D 공대지미사일 등이다. 

 

이들 무기의 최대 사거리는 25㎞. FA-50에 탑재된 이스라엘산 EL/M-2032 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가 150㎞라는 점을 감안하면, 레이더 성능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공군 FA-50 편대가 한반도 상공을 초계하면서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FA-50이 북한 공군과의 공중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레이더 탐지거리를 최대한 활용, 먼 거리에서 공대공미사일을 쏘는 것이 유리하다.

 

FA-50에 탑재되는 AIM-9 계열 미사일은 미국 레이시온이 제작한 것으로, 공대공미사일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성능을 인정받아왔다. 

 

개발 초기엔 적외선과 열을 가장 많이 내뿜는 엔진 배출구가 있는 적기의 후방만 공격이 가능했으나, 1977년부터 생산된 AIM-9L은 기수에서 공기와의 마찰로 발생한 미세한 열을 감지, 적기 앞에서도 미사일을 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 당시 영국 해군 시 해리어 전투기는 아르헨티나 공군 미라주 전투기보다 공중전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급한 AIM-9L 덕분에 시 해리어는 아르헨티나 공군과의 전투에서 승리, 영국군의 포클랜드 탈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은 1980년대 피스 브릿지 계획에 의해 도입된 F-16 전투기와 함께 AIM-9L을 들여왔다. KF-16과 F-15K가 도입되면서 AIM-9L은 FA-50에 쓰이는 것으로 변경됐다.

 

AIM-9L은 2020년대 기준으로는 성능이 부족한 미사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AIM-9L의 시거리는 7㎞ 안팎. 사이드와인더 최신형인 AIM-9X를 비롯해 유럽, 이스라엘, 중국산 신형 단거리 공대공미사일보다 훨씬 짧다. 

미 해군 핵항모 무장사들이 AIM-9X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들어올리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능력을 높이지 않으면 북한 공군과의 공중전 대응은 물론 제3세계 국가에 FA-50을 수출하는 것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성능개량 필요성…3개 기종 거론

 

이와 관련해 KAI도 FA-50 성능개량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달 공군이 주최한 ‘에어로스페이스 컨퍼런스 2021’에서 KAI는 FA-50의 전자장비와 무장을 중심으로 한 성능개량을 제안했다. 

 

조종사에게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대화면지시기(LAD)와 디지털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이 추가되고, 중거리 공대지미사일과 함께 신형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이 탑재된다.

 

FA-50에 새롭게 탑재될 가능성이 있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로는 AIM-9X, IRIS-T, 아스람이 거론된다. 

독일산 IRIS-T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KF-21 블록1에 탑재될 예정이다. 위키피디아

F-15K에서 쓰이는 AIM-9X는 사이드와인더 계열의 최종 진화형으로 사거리는 35㎞다. 미 공군 F-15, F-16, F/A-18, F-22, F-35에 장착된다.

 

2015년 실전배치된 AIM-9X 블록2는 데이터링크와 발사 후 락온 (LOAL) 기능을 갖춰 AIM-9X를 대표하는 기종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공대공미사일은 발사 전에 표적을 지정한다. 하지만 데이터링크와 발사 후 락온 기능이 결합되면, 공중전의 판도가 달라진다.

 

전투기는 미사일 발사 직전 적기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링크를 통해 입력한다. 미사일은 발사 직후 적기의 예상 위치로 날아가다가 적기 근처에 도달하면 자체 탐색기로 추적을 한다. 이를 통해 전투기는 적 위협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안전하게 미사일을 쏠 수 있다.

 

독일 딜(DIEHL)사가 개발한 IRIS-T는 KF-21 블록1에 체계통합이 예정된 기종이다. AIM-9L을 대체하는 성격을 지닌 IRIS-T는 발사 초기 기동성에 중점을 둔 미사일이다. AIM-9L보다 전자전 대응 및 탐지 능력 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사거리는 25㎞로 AIM-9X보다 짧다. 독일 공군 토네이도, 타이푼 전투기와 스웨덴, 태국의 그리펜 전투기에 쓰이고 있다.

 

영국 MBDA가 개발한 아스람(ASRAAM)은 빠른 속도로 먼 거리를 날아가 적기를 격추하는 미사일이다.

영국 공군 타이푼 전투기가 아스람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한 채 비행하고 있다. 영국 공군 제공

대형 로켓 모터를 장착해 마하 3 이상의 속도로 최대 50㎞를 날아간다. 적외선 영상 추적방식의 탐색기를 사용, 플레어를 비롯한 기만책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아스람은 AIM-9X 블록2에 적용된 발사 후 락온 기능을 한발 앞서 구현했다. 단거리 미사일치고는 사거리가 길어 미사일의 탐색기가 적기를 직접 포착할 수 없는 한계를 발사 후 락온 기능으로 극복했다. 발사 직후 180도로 유턴해 뒤에 따라오던 적기를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같은 기능은 한국 공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FA-50이 지상군 지원을 위해 출격한다면, 평양-원산 이남의 기지에 배치된 북한 공군 전투기들은 FA-50에 큰 위협이 된다. 이륙 직후 수분 안에 휴전선을 넘을 수 있는 북한 전투기들은 FA-50을 언제든 기습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FA-50이 자체 레이더로 탐지한 북한 전투기를 가능한 먼 거리에서 아스람으로 신속하게 격추한다면, FA-50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북한 전투기들이 FA-50에 대한 공격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군 FA-50이 훈련 도중 섬광탄을 터뜨리며 자세를 바꿔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각에서는 한국 공군의 AIM-9X나 IRIS-T가 중국, 일본 전투기에 쓰이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보다 성능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물론 중국 등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고성능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군과 정부, 방산업계의 정책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