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입금합니다. 이틀부터 하루 지각비 0.3, 개인정보 인증(전화번호, 신분증, 부모님 번호, 본명, 나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굿즈(상품)를 사고 싶었지만 용돈이 부족해 고민이던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리입금 광고를 접하게 됐다. 이틀째부터 원금의 30% 이자가 붙는 터무니없이 높은 금리였지만 A씨는 소액이라 큰 부담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는 여러 계좌를 통해 돈을 빌렸고 결국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 대리입금 업자들은 A씨 부모님과 지인들에게까지 연락해 돈을 갚으라고 협박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민감시단 및 일반제보, 감시시스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으로부터 수집된 불법대부광고는 총 29만8937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4.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최근엔 ‘대리입금’ 등 청소년까지 표적으로 삼는 불법대부광고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리입금은 아이돌 굿즈, 게임 아이템 등의 구입비용을 대여하는 행위로 일명 ‘댈입’으로 불린다. 업자들은 ‘10만원 미만의 소액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고 강조하며 청소년들을 유인한다. 또 지각비, 수고비 등 용어를 사용해 친근감을 주면서도, 연이율 1000%가 넘는 고금리를 부과하고 이자 수취를 위해 불법추심도 서슴지 않는다.
금감원은 “불법대부광고가 SNS를 통해 금융지식 및 법률에 취약한 청소년까지 유인하고 있다”며 “대리입금은 실질적으로 소액 고금리 사채이므로 청소년들은 급하게 돈이 필요하더라도 이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를 사칭하는 문자메시지도 최근 급증하는 불법대부광고 유형 중 하나다.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보낸 것처럼 속여 소비자가 대출 상담을 위해 전화를 걸도록 유인하는 것인데, 전화를 걸면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 등 범죄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책자금 지원 대출’, ‘저금리 대환대출’ 등 문구를 사용해 경제적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악용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회사 명의의 전화, 문자메시지, 팩스를 이용한 대부(대출)광고는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 또는 불법대부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대출’, ‘신용불량자 가능’ 등 비상식적 문구나 ‘급한불’, ‘지각비’ 등 은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불법대부광고를 의심해 봐야 한다. 또 법정 최고 이자율(현행 연 24%, 7월 7일부터 연 20%)을 초과하는 이자 수취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