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고용부 “과로·스트레스 유인 제외”… ‘태아 산재’ 피해자들 반발 거셀 듯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이른바 ‘태아 산재’를 인정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두고 사법부 판단에 역행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노동계에서 제기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태아는 모체의 일부”라며 제주의료원 간호사 자녀의 선천성 질병까지 산재로 폭넓게 인정했다. 이는 정부여당이 태아 산재의 근거를 마련하는 입법에 나서게 된 신호탄이 됐다. 그러나 노동당국이 자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업무상질병 인정 범위를 판례 취지보다 좁게 해석하는 등 보상 규모 줄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국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의 정부 수정안을 제출했다. 수정안은 태아 산재와 관련한 부모의 업무상질병 원인을 화학 독성물질 등 유해인자로 한정했다. 반면, 근로자 본인의 산재와 달리 스트레스와 과로 등 업무 환경적 요인은 제외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제주의료원 사건에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등 유해 요소와 자녀의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넉넉히 추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관련법 개정안 5개도 업무상질병 인정 범위를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낸 개정안에는 인정 기준에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포함시켰다. 이에 고용부는 “태아산재의 주요 원인은 유해인자 노출이고 태아산재법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독일에서도 (정부 수정안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의료연대본부, 반올림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태아(자녀)산업재해 등을 인정하는 산재보상보험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고용부는 또 국민의힘 이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의 개정안에 담긴 자녀간병 휴업급여 신설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내놨다. 자녀간병 휴업은 선천성 질병을 갖고 태어난 자녀를 돌볼 목적으로 부모가 휴업할 경우 지급하는 급여다. 고용부는 “가족돌봄휴직 등 비슷한 제도가 이미 존재해 제도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선 현재 피해자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태아산재법의 소급적용을 줄기차게 요구중이다. 고용부는 이에 자칫 시혜적 입법 남발로 비칠 수 있다며 시행일 이후 출생한 자녀부터 적용키로 못을 박아 노동계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고용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간 보험급여로 최대 23억8000만원이 소요된다는 재정 추계 결과도 국회 제출했다. 15~40세 여성노동자의 기형아 발생률(1.39%)과 신생아 수(1만2239명)로 연간 태아산재 발생건수(170건)를 산출했고, 여기에 1인당 연간 평균 요양급여와 장해급여를 합한 1400만원을 곱한 계산 방법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