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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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가경영 준비 제일 잘돼 있어… 나는 더 이상 검증할 게 없다” [세상을 보는 창]

국민의힘 복당 임박 홍준표 의원

검찰총장·감사원장 정치 직행 문제
윤석열 주변 문제 알 만한 사람 알아
있는 사실을 어떻게 감출 수 있겠나

2017년엔 당 없어지는 것 막으려 출마
지금은 정권교체 희망 커… 마지막 도전
안철수 독자 출마 어부지리 줘선 안 돼

경제민주화 아닌 경제자유화가 원칙
박근혜 탄핵 잘못… 정권 바뀌면 사면
내 정책 기조는 국익 우선 실용주의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의 인터뷰는 국민의힘 복당 문제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됐다. 홍 의원은 “이번 주내 복당을 결정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국민의힘은 24일 그의 복당을 의결할 전망이다. 지난해 4·15 총선 직전 당의 공천 배제에 반발해 탈당한 지 약 1년3개월 만에 복당하는 것이다. 2017년 대선에 나섰던 그는 내년 대선에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자신은 국가경영 준비가 가장 잘돼 있고, 더 이상 검증할 게 없다고 했다. 거침없는 직설화법은 여전했다. 지지율 선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는 기회가 될 때마다 견제구를 날렸다. 홍 의원은 “평생 검사로 수사만 하다가 국가경영 능력을 갖출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가족 검증 안 해보고 출마하면 몰매 맞는다”고도 했다. ‘윤석열 X파일’과 관련해서도 “있는 사실을 어떻게 감출 수 있겠냐”며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 국민의힘 복당이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았나.

“이번 주내로 복당을 결정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26년 동안 이 당에 있으면서 한번도 곁눈질을 해본 적 없다. 마지막 정치를 이 당에서 정리할 수 있게 당과 국민이 도와줘 참 고맙다.”

- 복당에 반대하는 당내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내 집에서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가려고 하는데, 지나가던 나그네들이 안방을 차지하고 앉아 승낙을 받으라고 한다. 다 지난 얘기이고 이제는 화합하고 단합할 때다.”

- 무소속 기간을 어떻게 보냈나.

“국회의원 5선, 광역단체장 재선을 했다. 1996년 정치판 들어와 7선을 한 셈이다. 국가경영의 꿈이 있기 때문에 무소속이라도 출마해서 여의도에 다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난 1년간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고 대한민국이 어떻게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준비하는 작업으로 시간을 보냈다.”

- 이준석 신임 대표의 당 운영을 평가하면.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잘하고 있다. 이 대표 등장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중진들의 몰락이다. 이 당 중진들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숨고 회피하고 비겁하게 도망다녔다. 거기에 대한 심판이 이준석 체제의 등장이다.”

-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공과는?

“당의 변화 추구는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당의 노선을 중도좌파로 끌고 간 것은 잘못이다. 대여 투쟁을 1년간 전혀 안 해 야당으로서 야성도 잃어버렸다. 순치된 야당으로 만든 것은 잘못됐다.”

복당이 임박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지난 2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며 내년 대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복당 후 전국을 돌며 이른바 ‘주유 천하’를 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그는 “탄핵 당시에는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탄핵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 윤 전 총장이 현재 지지율 1위인데.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한 이후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의 첫째 조건은 국가경영 능력과 자질이다. 평생 검사로 수사만 했는데 국가경영 능력을 갖출 수 있었겠는가. 감사원장도 마찬가지다. 검찰총장 그만두고 바로 대통령 하려고 하면 여태 한 수사가 정치 수사가 될 것이고, 감사원장도 정치 감사가 될 것이다. 둘째가 도덕성 검증이다. 자기와 가족들이 정말 도덕적,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느냐다. 가족 단속도 못 한 사람이 대통령 하려고 하는 게 말이 되냐. 아내나 장모는 자신과 경제적 공동체인데 그들이 잘못했다면 자기는 공범 아닌가. 그걸 다 검증해 보고 나와야 한다. 그거 안 해 보고 나오면 몰매 맞는다.”

- 윤 전 총장의 기세가 요즘 주춤한데.

“정당도 아니고 정치적 결사체도 없는데 한 사람이 개인 대변인을 둘씩이나 두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 ‘윤석열 X파일’로 정치권이 술렁이는데.

“윤 전 총장 주변 문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걸 X파일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왜 공작적인 냄새를 풍기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정치권은 없는 사실도 만들어내서 덮어씌우는 곳인데, 있는 사실을 어떻게 감출 수 있겠나. 윤 전 총장은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할 때 전 가족을 도륙했다. 민주당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검증 안 해 볼까. 윤 전 총장이 그리했으니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거다. 그걸 각오해야 한다.”

- 보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데.

“국민의힘에 다 들어오면 좋다. 전부 내부경선 과정을 거치며 국가경영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해야 한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합당 논의가 진행중인데.

“합당에 매달리지 말고, 차기 대선에 독자출마를 하지 않고 우리 당과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연대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독자 출마해서 (민주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줘선 안 된다. 나는 안 대표가 우리 당 들어와 경선에서 이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 대표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별도 출마만 안 하면 된다.”

- 2017년 대선 때 24%를 득표했는데.

“그때는 내가 당선되려고 나간 게 아니었다. 당이 없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출마한 거다. 당시 당 지지율이 4%였다. 슬픈 대선을 치렀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지금은 정권교체 희망이 있다. 그런 대선을 한번 치러봤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대선 준비도 다 끝나간다. 나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선택을 못 받으면 정계 은퇴해야 한다.”

 

- 현재 지지율이 하위권인데.

“지금 지지율 보고 판단하면 곤란하다. 차기 주자 지지율을 보면 1년 전에는 이낙연이 42%까지 올라갔다. 올 1월에는 이재명이 1등 했고, 3월에는 윤석열이 1등 했다. 순식간에 변하는 게 대선주자 지지율이다. 최근에 윤석열도 일주일 새 5%포인트가 쑥쑥 빠지지 않았냐.”

- 다른 대선주자들과 비교할 때 본인의 특장은.

“국가경영 준비가 제일 잘돼 있다. 26년간 정치하면서 국회 상임위를 12군데 다녔다. 한 상임위에서 6개월∼1년 공부가 됐다고 생각되면 다른 곳으로 옮겼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구보다도 밝다고 자부한다. 또 다른 사람은 지금부터 (검증에서) 털리겠지만, 나는 털릴 게 없다. 나는 더 이상 검증할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경선을 해도 내가 이긴다.”

- 경제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가.

“경제민주화가 대한민국 경제의 원칙이 아니라 경제자유화가 원칙이다. 헌법 119조 1항을 보면 경제자유화가 헌법의 기본원칙이다. 경제자유화의 폐해가 나타나 국가가 개입하는 게 경제민주화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꾸로 운용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원칙이 되고 경제자유화는 부칙이 돼 버렸다.”

-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기본소득제는 사회주의 배급제다. 경기도 사람 모두에게 20만, 30만원씩 일괄적으로 나눠주는데 추석에 세뱃돈 주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식으로 세금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필요도 없는 부유한 사람에게 10만원씩 나눠주는 것은 옳지 않다. 서민들에게 복지를 집중해야 한다. 서민 위주로 복지체계를 바꿔야 한다. 그게 내가 말하는 ‘서민복지론’이다.”

- 여당 후보는 이 지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가.

“꼭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정세균 전 총리, 이낙연 전 대표가 단일화할 경우는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정세균·이낙연이 단일화돼 호남 대표가 한 명 등장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 박근혜 탄핵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탄핵 심판은 재심이 없다. 탄핵은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탄핵은 잘못된 것이다. 위법행위를 했어야 하는데 탄핵 당시는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탄핵시켜 놓고 그 후에 갖다 붙인 것 아닌가. 그래서 정권 바꿔서 사면해야 한다. 탄핵이 잘못됐다고 하면 수구보수로 비칠까봐 말을 못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 수구 보수라는 비판을 듣지 않나.

“내가 어떻게 수구 보수냐. 좌파 정책인 국적법, 반값 아파트 정책 통과시키지 않았나. 내 기조는 국익우선 실용주의다. 나라에 이익이 되면 좌파 정책도 쓰고 우파 정책도 쓴다.”

-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은.

“얼마 전 청와대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형집행정지로 석방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가석방하라고 요청했다. 문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을 때 해라, 몰려서 하면 당신들도 어려워진다고 했다. 사면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석방을 하라고 했다. 사면은 정권 바뀐 후 우리가 하면 된다.”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