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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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증 30대 사망’ AZ 백신 30세 연령제한 높여야 할까...전문가 6명에 물어봤다

‘상향 찬성’ 2명 VS ‘시기 상조’ 1명 VS ‘유보’ 3명
찬성론…유럽은 상향 추세. 최소 50세 이상으로 올려야
시기 상조…혈전증은 희귀 사례. 부각되면 공포심만 자극
유보…데이터 부족. 연구 결과 재평가해 방역당국서 논의 지속해야
연합뉴스

 

국내에서도 지난 16일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사진)을 맞은 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으로 숨진 사례가 최초로 발생하면서 당장 2차 접종 등을 앞둔 30대 이상을 중심으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사망자는 지난달 AZ 잔여 백신을 접종받은 30대 초반 남성으로, 숨지기 전날 TTS 판정을 받았다. 또 다른 30대 남성도 AZ 백신 접종 후 TTS로 판명난 바 있다.

 

이처럼 AZ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의료계 일각에서는 30세 이상인 현 연령 제한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국내에 코로나19 백신으로 처음 도입된 AZ 백신은 ‘고령층에서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지난 2월26일 첫 접종부터 만 65세 이상이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후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65세 이상도 2분기부터 AZ 백신을 맞게 됐다. 그러다 20대 등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부작용 논란이 제기되면서 방역당국은 지난 4월7일부터 접종 대상을 만 60세 이상으로 재조정했다. 다시 전문가 논의 끝에 4월12일 접종 대상을 ‘30세 이상’으로 제한해 재개했지만, 최근 30대에서 백신과의 인과성이 확인된 사망 사례가 발생한 만큼 연령 제한 기준에 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 6인 중 2인 연령 제한 상향 찬성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령 제한 상향을 두고 의견은 갈리는 모양새다. 인터뷰를 진행한 6인의 전문가 중 2인이 상향 찬성, 1인은 시기 상조, 3인은 유보적이라는 입장을 각각 보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2일 “유럽에선 이미 TTS의 위험을 인지하고 연령 제한을 상향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논의가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은 지난 5월에 30세에서 40세로 상향했고, 프랑스에서는 55세, 이탈리아에서는 60세 이상만 맞을 수 있다”며 “우리도 최소 50세, 가능한 60세까지 연령 제한을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TTS가 젊은층, 특히 여성층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성별에 따라서도 접종 대상 백신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호주에서 60세로 연령 제안을 상향 조정했는데, 우리도 60세 이상에만 접종해야 한다”며 “지난 3월 TTS가 논란이 됐을 때부터 상향 논의가 있었는데, 사망자가 나왔는데도 아직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정부 대처의 아쉬움을 지적했다.

 

이에 반해 연령 제한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밝힌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비록 사망자가 나오긴 했지만 TTS가 ‘희귀’ 혈전증인 만큼 매우 드문 사례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특정 백신에 대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몇 안되는 사례가 너무 부각되면 공포심만 자극할 뿐”이라고 답했다.


당장 연령 제한 상향 여부를 결정할 게 아니라 관련 연구 결과를 재평가해 방역당국에서 계속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몇건의 사망 사례가 있다고 연령 제한 상향과 무조건 직결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도 (TTS) 사례가 생기기 시작한 만큼 발생률과 인과관계, 백신 공급 상황 등을 고려해 연령 제한 논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서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김상헌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입을 모아 “(TTS 관련) 국내 데이터가 아직은 부족하기에 정부 차원의 공적인 논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TTS 부작용 여부 최대 4주까지 지켜봐야”

 

이처럼 의견이 나뉘었던 전문가들도 TTS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첫 사망을 포함한 부작용 사례 두 건 모두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지적된 탓이다.

 

천 교수는 “TTS는 100%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했을 시 최대한 빠른 조치가 중요하다”면서 “정부와 의료진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접종자 대다수가 2~3일 내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여기기 쉽지만 최대 4주 만에 나타나기도 한다”며 “이상 반응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교수 역시 “경계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동의했고, 김우주 교수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료진은 어떻게 빠르게 증상을 판단할지 공유하고, TTS를 최종 진단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연·김민지 인턴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