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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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결딴났어유”… 충주 우박에 농민 ‘망연자실’

23일 충북 충주시 신니면에서 조길형 충주시장이 우박으로 피해를 본 농작물을 살피고 있다. 충주시 제공

“과실나무는 꺾이고 과일은 패이고 옥수수는 결딴났어유”

 

충북 충주시 신니면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이찬우(59)씨는 “하늘에 구멍이 뚫려도 아주 큰 구멍이 생겼다”며 망연자실했다. 지난해 잦은 비로 탄저병 탓에 수확 횟수가 4~5회에서 2회로 줄었고 이마저도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했다. 올해는 일손 부족에도 어떻게든 농사를 지으려고 했으나 우박이 절망을 안겼다.

 

23일 충주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6시 20분쯤부터 30여분간 신니면 일대에 기습적인 폭우와 돌풍, 우박이 쏟아졌다. 충주시에 내린 비는 63mm에 달한다.

지난 22일 오후 충북 충주시 신니면에 우박이 내리면서 농작물과 가로수 등에 피해를 줬다. 충주시 제공

돌풍과 우박으로 신니면 마을의 절반이 넘는 14개 마을에서 피해를 보았다. 이날 오전 현재 300여 농가에 100ha가 넘는 농지가 초토화됐다. 가로수와 전신주 등도 쓰러지고 건물도 피해를 봤다.

 

과수원엔 성한 과일이 없었다. 강풍에 바닥에 떨어진 낙과를 비롯해 아예 가지가 부러지거나 혹여 남아 있는 과일도 곳곳에 우박으로 상처가 남아 벌써 검게 그을렸다.

 

브로콜리 등 잎이 넓은 식물은 구멍이 뚫렸다. 담뱃잎은 꺾이거나 구멍이 숭숭 뚫렸다.

 

충북 충주시 신니면에 한 과수원에 낙과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윤교근기자

옥수수밭도 손을 쓸 수 없게 됐다. 강풍에 쓸리고 우박을 맞아 가지와 잎이 너덜너덜할 정도다. 고구마는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논농사도 걱정이다. 이제 막 자란 벼가 강풍에 쓰러지고 우박으로 땅에 박히기도 했다. 신니면 문락리에 만난 황진오(70)씨는 “6월에 우박이 내려 5cm 정도 쌓이는 것은 평생 처음 본다”며 “축사 지붕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데 농작물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냐”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벼가 아직 움이 트지 않아 희망의 걸고 일일이 일으켜 세우곤 있는데 일손도 부족하지 우박도 내리지 차라리 농사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충북 충주시 신니면에 지난 22일 쏟아진 우박으로 고구마가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윤교근기자

신니면 행정복지센터에는 이틀이 지난 이날 현재도 우박피해 접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노은면과 산척면, 연수동, 교현·안림동도 피해가 발생했다. 음성군 금왕읍과 생극면, 삼성면, 괴산군 감물면과 불정면 등지에서도 우박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시 신니면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접수를 하고 건물과 가로수 등은 긴급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농작물은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하다 보니 일손이 부족해 손을 놓고 있는 곳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충북 충주시 신니면에 강풍으로 부러진 가로수가 도로 옆으로 치워져 있다. 윤교근기자

여기에 곧 닥칠 본격적인 장마철도 우려된다. 강풍과 우박에 엉망이 된 농작물이 물에 잠기면 금세 썩기 때문이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추가 피해가 없도록 농작물과 시설물 점검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피해 현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합당한 농작물 피해 구제 대책을 세워 정부 차원의 작물 피해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충주=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충주=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